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가 김대중(金大中·DJ)정권의 국무총리를 맡는다는 사실은 어쩌면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이미 단일화협상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명예총재는 선거과정에서 『내가 언제 총리직을 맡는다고 했느냐』고 말했고 최근에도 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유보하겠다』며 언급을 피해 왔다.
당내 일각에서는 『JP가 어떻게 DJ 밑에서 총리를 하겠느냐』며 가능성을 부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때문에 국민회의와 자민련에서는 박태준(朴泰俊)총재를 대안으로 거론하는가 하면 김명예총재가 김용환(金龍煥)부총재에게 총리직을 넘길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왔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DJT 역풍(逆風)」을 의식, 김명예총재가 총리직을 포기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DJT연대」가 승리한 뒤 김명예총재의 입지는 훨씬 넓어졌다. 무엇보다 김대중후보의 대통령당선에 김명예총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김명예총재가 총리직을 맡아야만 자민련이 명실상부하게 「공동정부」의 한 축을 차지할 수 있고, 앞으로 양당이 합의한 내각제개헌 추진도 순조로울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김명예총재가 맡게 될 총리직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전망이다. 김명예총재는 이미 71년 총리직을 맡아 4년반 동안 재직했다. 22여년만에 다시 총리직을 맡지만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을 충실하게 보좌했던 신분과는 달리 「실세총리」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양당 합의에 따라 「공동정부」의 총리로서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갖게 되고 이런 내용이 「국무총리의 지위와 권한행사 등에 관한 법률」로 입법화하면 그 권한은 더욱 확고해진다.
그러나 김명예총재는 몇가지 난제도 풀어야 한다. 우선 「신(新)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야당의 반대없이 무난히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또 새로 만들 국무총리 지위 관련 법률도 위헌시비를 낳을 소지가 있다.
이미 단일화협상 과정에서 양당은 「정당한 이유없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총리를)해임할 수 없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었다가 대통령의 인사권 침해논란을 우려, 삭제한 적도 있다.
이런 난관을 통과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자기세력의 크고 작음에 따라 세력이 바뀌는 현실정치판에서 나름대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할과 세력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