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이후 한나라당의 중진들은 당의 진로에 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정국흐름이 유동적인 만큼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당 중진들은 한결같이 당의 단합을 역설하고 있다. 원내 제1당(1백65석)으로서 결속만 한다면 당분간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결속방안은 이견이 없지 않다. 조순(趙淳)총재와 이한동(李漢東)대표는 자신의 당직을 지렛대로 활용, 현행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당 정비방안을 구상중이다. 이후보의 「입김」을 가급적 배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민정계의 대부(代父)를 자처하는 김윤환(金潤煥)선대위의장은 아직 속내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당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당내 「지배주주」들의 실질적인 협의체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내 개혁성향의 민주계와 민주당 입당파들을 이끌고 있는 김덕룡(金德龍)선대위원장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위원장은 『당분간 이후보를 중심으로 한 당의 단합이 시급하다』면서 『명예총재와 총재가 긴밀히 협의, 당의 전열을 추슬러야한다』고 말했다.
이기택(李基澤)선대위의장은 이후보의 「이선후퇴」는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이후보를 매개로 대선전 합의한 민주당 지분(30%)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내년 3월초로 예정된 합당 전당대회의 소집시기를 놓고도 당내 세력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병렬(崔秉烈)선대위원장 등 당내 민정계세력은 당을 정비하기 위해 전당대회의 조기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총재와 이기택의장, 김덕룡위원장 등은 『예정된 정치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