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대선 여론조사 결과 공표마감시한(26일)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내용이 나온 23일 각 후보 진영은 「환호속의 신중」(한나라당) 「비상체제돌입」(DJT진영) 「충격속의 한나라당 맹공」(국민신당)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이날 각 언론사의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李會昌)후보가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후보에게 바짝 근접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제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공식반응은 담담했다. 최병렬(崔秉烈)선거대책위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 우리가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후보를 제쳤음이 확인됐을 뿐이다. 우리는 김후보의 지지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직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반응은 고도의 전략에 따른 것. 이날 최위원장 주재로 열린 전략회의의 결론은 「이번 여론조사가 공표 가능한 마지막 조사인 만큼 김후보에게 열세로 비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그래야 위기감을 느낀 여권성향의 「반(反)DJ표」를 결집시킬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또 이회창후보의 지지율 급등은 경제위기에 따른 안정 희구 심리에도 기인하는 만큼 네거티브 캠페인을 자제하면서 「경제살리기」에 주력하는 인상을 심기로 했다.
이후보가 23일 조순(趙淳)총재와 「비상 경제선언」을 하면서 『야당도 네거티브 캠페인을 중지하고 국가 부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같이 걱정하자』고 촉구한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DJT진영」의 선거대책위 간부회의는 근래 보기 드물게 심각했다.
주의제는 한나라당이 코리아리서치를 이용,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는 사건이었지만 동아일보 조사에서도 김후보와 이회창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6%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는 「비상대책회의」를 방불케 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그동안 우리가 좀 느슨하기도 했지만 지난 13일의 TV토론이 실패였던 것 같다』며 『그 이후 김후보 지지율이 정체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정대변인은 『하지만 이회창후보 지지율 상승곡선을 살펴보면 18, 19일이 정점이었고 그 이후론 이후보도 정체상태』라는 내부 분석을 공개하며 최근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권한대행이 이날 이례적으로 개인성명을 내고 『이후보가 여론조작으로 선거정국을 왜곡하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DJT진영」은 앞으로 김후보와 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등이 역할분담을 본격화해 나가면 「이회창 거품」은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민신당은 충격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서석재(徐錫宰)최고위원은 한이헌(韓利憲)정책위의장 김충근(金忠根)대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사에서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묘책을 내놓지 못했다.
당직자들은 3일전만해도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이회창후보와 지지율이 엇비슷하게 나타나자 안도하며 이날의 여론조사결과에 기대를 걸었으나 예상에 훨씬 못미치자 일부 방송 여론조사에 대해 조작의혹을 주장하는 등 한나라당에 공세를 펴고 나섰다.
국민신당은 이같은 지지율 하락이 청와대지원설 등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후보의 「밑바닥 표훑기」를 통해 여론의 반전을 위해 당력을 모으는 모습이다.
비록 여론주도층은 이후보에 대해 비우호적이지만 소외계층 등 이후보에게 우호적인 민심의 저변에서 지지세를 굳힌 뒤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이후보는 또 조만간 개최되는 대선후보간 합동토론회가 대선 판세를 가늠할 주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김창혁·박제균·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