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여야간 의견대립으로 금융개혁법률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정부 또한 법률안을 담보로 금융안정대책 발표를 늦추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국회 재경위 금융개혁법안소위원회는 7일에 이어 10일에도 합의 도출에 실패, 11일 오전 소위원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이날 위원회에서 신한국당은 통폐합한 감독기구 직원의 공무원신분과 금감위의 총리실 소속문제만 수정하여 상임위에 올리자는 안을 냈다.
하지만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금융감독기구 통폐합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만 상정하자고 주장,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재경원은 국회일정상(18일 본회의 휴회) 11일 오전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개혁법률안의 연내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막바지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계산〓재경원이 금융개혁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지켜본뒤 안정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은 최근 석달간 수차에 걸쳐 대책을 발표했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
금융개혁법안 통과와 추가 안정대책을 연계시키는 정부전략은 현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정치권으로 일부 전가하면서 동시에 정치권을 압박하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겨냥하고 있다.
▼야당의 입장〓현재 국회 재경위에서 남아있는 미합의 사항은 사실상 은행 보험 증권 등 3개 감독기관의 통합문제 하나밖에 없다. 이 사실은 금융개혁의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야당으로서 가장 껄끄러운 부분은 금융개혁법안 조기처리에 반대하는 한국은행 및 3개 감독기구 직원들. 금융개혁을 빨리 해야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이익집단의 요구를 완전히 묵살할 수 없다는 정치인으로서의 딜레마에 처한 셈.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지난 1월 대통령자문기구로 발족한 금융개혁위원회와 재경원 한은 등이 1년 가까이 쏟은 정력이 고스란히 책상서랍에서 사문화된다. 다음 정권에서 유사한 논쟁을 다시 벌여야 하는 국력의 낭비도 피할 수 없다.
▼법안이 통과되면〓13개 금융개혁법안은 은행 증권 보험 종금 등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의 벽을 허무는 것부터 재벌기업의 결합재무제표 도입, 여신관리제도 개선, 벤처금융활성화 등 굵직굵직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변혁」들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가 추가대책을 금융개혁과 연계시켰다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을 내놓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예측케 한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