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 이모저모]한때『시장개입』…결국『대책없다』

  • 입력 1997년 10월 28일 19시 47분


○…재정경제원은 28일 주가가 5백선 밑으로 붕괴하고 환율마저 달러당 9백50원대로 치솟자 『대책이 없다』는 반응. 외환당국은 오전 한때 개입에 나섰으나 달러 매입세가 워낙 강해 손털고 나왔다. 자칫 외환보유고만 날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주가에 관한 한 처방전을 모두 내놓은 상황이라 실제로 뾰족한 수단이 없는 실정.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기대해 봤지만 주가가 더 떨어질 경우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점때문에 포기했다. 투신사와 증권사에 한국은행 특별융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중이지만 실효성을 확신하지 못해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외국인 주식투자액 14조원중 얼마가 빠져나갈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어 답답하다』며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돼야만 국내 금융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대책아닌 대책을 제시. 재경원은 원―달러환율은 9백40원대에서 종합주가지수는 5백선에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적으로 투자자의 심리안정에만 기대고 있는 실정. ○…주가폭락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붕괴 위기감이 고조되자 증권사 노조원들이 증권시장의 임시휴장을 요구하고 나서는 진풍경을 연출. 21개 증권사 노조로 구성된 증권사단일노조 준비위원회는 28일 증권거래소에 보낸 공문에서 『주가폭락에 따른 투자자 손실을 막기 위해 증권시장을 한시적으로 휴장해야 한다』고 주장. 위원회 관계자는 『주가 5백선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이 보유주식을 투매하는 공황 현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도 증시 휴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언. 증권거래법은 천재지변이나 전시,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매매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 재정경제원장관이 휴장을 명할 수 있도록 돼있다. ○…주가가 폭락, 종합주가지수 500선마저 무너지자 증권사 직원과 투자자들은 절망감을 지나 아예 체념한 모습. 이날 증권사 객장은 아침 일찍부터 모여든 고객들로 다소 붐볐으나 오전장 시작과 동시에 종합주가지수가 24포인트 하락하자 객장안이 일순 적막감에 휩싸였다. 한 증권사 직원은 『최근 주가가 폭락세를 면치 못하자 개인투자자들은 말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일가친척들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증권사직원들은 집에도 못들어갈 지경』이라고 한숨. ○…28일 환율이 사상 처음 상승제한폭까지 올라가고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무너지자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위기」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은행들은 이날 환율이 시시각각 치솟자 일반 고객이 달러를 사고팔 때 적용하는 환율(현찰매도매입률)을 세번이나 바꾸는 소동을 빚었으며 이 과정에서 달러를 사려는 고객들과 실랑이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외환 담당자들은 이날의 환율 폭등은 심리적인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달러 매입 주문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희상·이강운·임규진·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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