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대선후보 면담]후보들, 회동날짜 『신경전』

  • 입력 1997년 10월 24일 07시 49분


청와대측이 24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대선후보간의 개별회동 방침을 밝히자 각 후보 진영은 면담일정 조정과정에서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는 각 후보들과의 회동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먼저 누구와 만나느냐 하는 「모양새」를 놓고 가장 고심했다. 실무진에서는 관례상 제1당 후보인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와 첫 회동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여야영수회담을 여러차례 공식제안해온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를 먼저 만나는 것이 순리라는 판단아래 김총재와의 회동 날짜를 24일로 정했다. 그러나 김대통령 자신도 비서실에 회동준비를 지시하면서 김총재와의 회동을 가장 먼저 갖도록 의중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총재측의 구범회(具凡會)총재보좌역은 이날 당사를 방문한 조홍래(趙洪來)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이 돌아간 뒤 『회동이 25일 조찬으로 잡혔다』고 발표했으나 조금 뒤 허겁지겁 『착오가 있었다. 조찬회동은 11월1일』이라고 수정했다. 갑작스런 날짜 변경을 둘러싸고 당내에서는 『김대중총재에 뒤이어 조찬날짜가 잡힌 것을 뒤늦게 알고 청와대측에 요청해 날짜를 바꿨다』는 관측이 무성하게 나왔다. 그러나 총재비서실 관계자는 『조수석이 왔을 때 이미 「김대중총재와의 조찬 날짜가 24일로 잡혔다」고 말했다』며 『김총재를 의식해 날짜를 바꿨다는 얘기는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김대통령이 연쇄면담을 추진하는 저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후보와의 회동결과를 모두 지켜본 뒤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어서 회담날짜를 뒤로 미뤘다』고 전했다. ○…국민회의측은 청와대측이 김대중총재와 첫 면담을 제의한데 대해 「의외」라면서도 『그동안 불편했던 두 사람의 관계개선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조수석이 먼저 「내일 아침이 어떠시냐」고 제의해 김총재가 「내일 약속이 하나 있지만 연기하죠. 좋습니다」고 즉석에서 수락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조수석은 김총재와의 면담을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이회창총재가 다른 일정이 있기 때문』이라며 『순서가 의미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자민련은 청와대측이 제시한 「27일 아침」에 대해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김종필(金鍾泌)총재는 김대통령과 다른 후보의 회동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해도 괜찮다는 판단인 듯하다. 민주당의 조순(趙淳)총재측은 회동날짜가 김대중총재에 이어 두번째인 25일로 잡힌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뒤늦게 이회창총재가 약속을 취소한 날짜에 「대타」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는 머쓱해하는 분위기였다.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는 회동날짜와 관련, 『가깝게는 27일밖에 없다』고 말했고 조수석은 『김종필후보와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며 29, 30일로 제안해 30일로 낙착됐다고 밝혔다. 〈이동관·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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