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계가 또다시 비자금의혹 파문에 휩싸여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대우그룹 등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비자금의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거론된 일부 기업들은 그룹총수들이 줄줄이 법정에 섰던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의 악몽이 재연될 것을 우려, 정계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재계 인사들은 국가운영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공개, 경제 전반에 파란을 일으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비자금의혹이 처음 터져나온 7일 폴란드의 대우FSO자동차공장에서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대통령까지 초청한 대대적인 신차발표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곳에 비자금의혹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행사장은 일순 술렁거렸으며 김우중(金宇中)회장 등 대우 관계자들은 폴란드 주요인사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한다. 대우 서울본사도 일손을 놓은 채 사실확인작업에 매달려 있다.
삼성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 삼성은 정치권에서 S그룹 운운하자 서둘러 정치권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활동에 돌입했다.
특히 삼성자동차는 이번 파문이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출과 연계될 것을 우려, 전체 임직원들에게 『당분간은 업무보다 정치권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임직원들이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어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
비자금의혹 파문은 기아사태로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진 금융시장도 강타하고 있다. 8일엔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폭락했으며 시중 실세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박래정·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