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대선전략 문건」파문]「속 보인」신한국 『당혹』

  • 입력 1997년 9월 12일 20시 07분


신한국당은 12일 범여권 결속과 내각제 수용검토를 골자로 한 「D―100일 대선전략」문건이 보도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신한국당은 이날 오전 당직자간담회 직후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의 공식브리핑을 통해 『대선기획단의 실무자가 작성하는 과정에서 유출된 것으로 당의 대표위원이나 사무총장은 본 적도 없고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또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이날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주요당직자와 이회창(李會昌)대표 측근들을 불러 문서유출 경로에 대해 조사했으며 관련당직자를 찾아내도록 지시하는 등 파문 가라앉히기에 발벗고 나섰다. 그러나 당관계자들은 대부분 현재 이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가 구상하고 있는 대선전략의 「대강(大綱)」이 드러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범여권결속이나 권력분산방안,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와의 양자대결구도 조성 등의 전략은 이미 상당부분 알려진 것 아니냐』며 『내용면에서 보면 새삼스러울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각제개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내부전략이 노출돼 향후 비판적인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연내개헌불가」 입장을 누차 천명해왔기 때문에 국민들 눈에 「이중플레이」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와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확인됨으로써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의 독자출마 움직임에 명분과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상당하다. 이지사를 막판까지 철저하게 무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또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와 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협의회 등 친여(親與) 관변단체에 대한 예산지원과 숙원사업해결을 제안한 대목은 야당에 집중공세의 호재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사조직을 여의도연구소나 후원회로 흡수한다는 계획도 야당을 자극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직자들은 또 『공격형 방어형 중립형 등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41개의 대선이슈가 밝혀진 것도 야당의 대선준비를 도와주는 셈이 됐다』는 불평도 털어놨다. 반면 일부내용은 차라리 이번 기회에 공개된 것이 오히려 잘됐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대표와 김대중총재와의 양자대결구도 상정이 대표적인 사례. 한 당직자는 『차제에 양자대결론이 확산되는 것이 이대표에게 여성(與性)표를 몰아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를 밝혔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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