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간 후보단일화 협상에서 단일화후 자민련의 존립과 정체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가 핵심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당은 지금까지 협상에서 내각제와 후보단일화, 단일화 시점등의 쟁점을 놓고 이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히 지난 5일 열린 협상소위 2차회의 양상을 보면 이들 쟁점의 근저에는 모두 자민련이 대선후에도 정계의 한 축으로 남을 수 있는 안전보장 장치를 확보해둬야 한다는 자민련의 최우선 목표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 야권대통령후보단일화추진위원장인 韓光玉부총재는 9일 『지난번 회의에선 자민련이 내각제나 후보단일화 문제보다는 공동집권의 구체적인 실현방법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자민련 한 고위관계자도 『양당 총재들이야 대의를 위해 서로 양보할 수도 있지만 밑에 있는 사람들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과 지금까지 협상진행 상황을 종합하면 자민련은 후보단일화후에도 소속의원들의 이탈을 막는 장치로 「공동집권」을 생각하고 있으며, 대(對)국민회의협상에서 최대관심은 실질적인 공동집권을 확보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당이 공동집권에 인식을 같이 함에도 그 구체적인 방법에서 이견이 노출되는 것은 국민회의의 내각제 채택이 양보냐 아니냐는 문제에 대한 양당간 인식차이 때문.
국민회의는 ▲자신들의 당론인 대통령제를 버리고 내각제를 채택하는 것이 커다란 양보인 만큼 단일후보를 金大中총재가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대가이며 ▲그같은 주고받기 위에서 양당이 같은 지분으로 권력을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자민련은 ▲국민회의의 내각제 채택은 단독집권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필요에 따른 것이므로 국민회의의 양보일 수 없으며 ▲따라서 후보단일화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협상, 대통령후보에 가중치를 두고 권력분점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
韓부총재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협상 타개책을 구상해보지만 자민련에 제시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더라』고 말해 공동집권을 위한 자민련의 요구수준이 국민회의의 협상안보다 훨씬 높음을 시사했다.
양당의 협상은 金大中총재로의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한 국민회의의 공동집권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자민련은 공식적으론 이같은 전제를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