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경선관련 「금품살포설」로 몸살을 앓기 시작한지 나흘째인 16일 폭로자인 朴燦鍾(박찬종)후보가 청와대에 제출한 이른바 「증거자료」를 둘러싸고 온종일 혼란상이 계속됐다.
박후보가 제출한 자료에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자 청와대측은 시큰둥한 반응, 李會昌(이회창)후보측은 분노속에 공격, 타후보측은 실망과 신중이 엇갈리는 모습을 각각 보였다.
○…청와대측은 이날 오전 박후보가 측근인 安相洙(안상수)위원장을 통해 제출한 서신에 「금품살포」에 관한 증거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자 『예상됐던 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청와대내에서는 오히려 이날 서신전달 등으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물고 들어가려는 박후보의 태도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부 관계자들은 『높은 사람을 물고 늘어지는 식으로 문제를 확산시키려는 것 같다』면서 『이런 소동이 빚어져 결과적으로 당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것은 분명한 「해당(害黨)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한 고위관계자는 『박후보측이 설사 녹취록 등 증거를 언론에 공개한다고 해도 청와대의 「불개입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박후보의 서신내용에 대해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신은 박후보가 자필로 쓴 것으로 A4용지 5,6장의 분량이었으며 「신한국당 위원장 두명에게 당후보추천과정에서 금품이 전달됐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박후보는 이날 오전 서신을 보내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나중에 청와대의 반응이 있을 것이지만 내가 건의한대로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후보의 한 측근은 『건의서에는 대통령이 통치권자로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두가지 사유와 수사주체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또 『청와대에서 당선관위에 자료를 넘긴다는 얘기가 있어 보고서에서 금품수수관련 위원장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후보측은 이날 「박후보의 자료내용에 별 것이 없다」는 말을 전해 듣고 『그러면 그렇지,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라며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면서 이후보측은 『무책임한 언동으로 당과 대의원 그리고 국민에게 큰 실망을 끼친 박후보는 사과하고 자신의 거취문제를 비롯한 상응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보측 일각에서는 아직은 박후보가 어떤 후속행동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반응도 보였다.
○…박후보의 청와대 제출자료에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자 李壽成(이수성)후보측은 『그게 사실이냐』며 실망하면서도 『그래도 박후보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李漢東(이한동)후보측은 거듭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장했고 李仁濟(이인제)후보 등의 진영에서는 논평을 꺼리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동관·최영훈·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