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시작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유엔 및 멕시코 순방 일정 중 「꽃」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韓美(한미)정상회담. 그러나 회담일정이 27일 오전9시(현지시간 26일 오후8시)로 최종 결정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미정상회담은 김대통령의 유엔 환경특별총회 참석이 검토되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 추진됐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총회기간 중 50여개국 정상이 클린턴대통령과의 회담을 요청해 한국에만 예외를 인정키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정부측이 막바지까지 순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던 것도 한미정상회담 전망이 불투명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미국까지 갔는데 한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경우 북한이 한미간에 틈이 벌어진 것으로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정부측 설득이 주효, 출발 1주일 전 미국측의 「OK사인」이 나왔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뉴욕에 도착한 후 회담은 다시 무산위기에 빠졌다. 계부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클린턴대통령이 친할아버지처럼 따랐던 외종조부 헨리 그리셤(92)이 24일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아칸소주에서 열리는 장례식 시간이 회담시간과 겹치는 27일 새벽. 클린턴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을 이유로 미국측이 25일 밤에 정상회담 일정을 27일 새벽에서 오전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해오자 우리측에 비상이 걸렸다. 시간을 연기할 경우 멕시코에 새벽에 도착하는 「실례」를 범할 수밖에 없기 때문.
결국 멕시코정부의 양해를 얻어 회담시간 연기를 수용키로 결정한 뒤에도 미국측은 한차례 더 연기를 요청, 난산 끝에 27일 오전9시부터 30분간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
이에 대해 처음부터 마치 구걸하다시피 정상회담을 요구했던 것도 문제지만 통역하는 시간을 포함해 30분동안 만나는 것이 과연 「정상회담」인지에 의문을 나타내는 지적이 많다.
〈뉴욕〓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