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선자금 공개 정경유착 끊기위해 필요』

  • 입력 1997년 5월 26일 20시 24분


『국면전환이 필요합니다. 金賢哲(김현철)씨를 「처리」했으니 검찰도 이제 경제살리기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모그룹 L부사장) 한보비리로 불거진 현철씨 정국이 대선자금 정국으로 넘어가려는 요즘 대기업들은 부쩍 국면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달 전,노(全,盧)비자금 사건 관련 대그룹 총수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다시 대선자금 문제를 부각시키느냐는 불만이다. 기업들은 대선자금 공개를 지지했던 李會昌(이회창)대표 등 신한국당 대선주자들이 최근 태도를 바꾸자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서는 기업 내부에서조차 비판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L그룹의 모이사는 『대선자금을 공개하면 다가올 선거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대선자금 문제는 과거비리 척결이 아닌 미래지향적 과제』라고 말했다. 李大泳(이대영)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기업만이 경제를 살리는 주체는 아니다』며 『국민 역시 경제살리기의 중요한 주체인 만큼 이들이 경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년전만 해도 정부가 경제성장률이란 지표를 관리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대그룹들의 신규 설비투자였다. 기업 경영자들의 투자의욕과 경제살리기는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 그러나 우리경제가 구조조정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마다 「군살빼기」에 나선 요즘 이같은 논리는 더이상 설득력을 잃고 있다. 〈박내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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