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 「개헌론」제동 안팎]「내각제=反李」 판단한듯

  • 입력 1997년 3월 25일 19시 59분


[정연욱 기자] 신한국당내 내각제 개헌문제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李漢東(이한동) 李洪九(이홍구)고문 등 당내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내각제와 관련한 목소리를 높여가자 당지도부가 서둘러 제동을 걸고 나섰는데도 두 이고문은 자신들의 주장을 더욱 강화시키는 등 갈등 조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25일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주재한 고위당직자회의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임기중 개헌불가」가 확고한 당론임을 공식 재확인하면서 사실상 「금언령(禁言令)」을 내렸다.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은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민주정당에서 개별 정치인들의 의견제시 정도로만 보고 있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이한동고문은 이날 오전 한양대초청 특강에서 『긴 안목에서 내각책임제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갔다. 이홍구고문측도 『아직 내각제개헌을 주장한 바는 없지만 권력분산의 제도화는 이고문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가세했다. 당지도부가 서둘러 내각제 개헌론 「진압(鎭壓)」에 나선 것은 권력구조 개편논의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당의 전열이 크게 흐트러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보사태를 계기로 당안팎에서 권력집중적인 대통령중심제의 폐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데 당론마저 분열될 경우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신한국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물론 당내 세력다툼도 중요한 배경이다. 「대선후보」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강하게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이대표는 대표적인 내각제 반대론자다. 반면 두 이고문측은 이같은 이대표의 질주에 제동을 걸려는 입장이고 내각제 거론도 그 전략적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당지도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신한국당내 내각제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상당기간 이 논란은 이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주류와 이에 대항하는 비주류 사이에 주요 충돌요인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더욱이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유동적인 정국상황 때문에 당지도부의 제동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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