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보책임 끝까지 발뺌…숱한 의문엔 『나몰라라』

  • 입력 1997년 2월 17일 20시 15분


[김회평기자] 한보철강은 왜 부도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을까.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사태초기 「단순 금융사고」라고 정의했다가 며칠후 「부정부패의 표본」으로 그 의미를 재규정했다. 그러나 정작 산업정책과 금융관리를 맡아온 경제부처에서는 상황에 따라 방어적이고 단편적인 입장만 표명해왔다. 그 경제팀이 한보부도이후 20여일만에 처음으로 정리된 정부의 입장을 제시했다. 韓昇洙(한승수)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이날 오전 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한보부도 경위 및 대책」을 보고했다. 정부가 보는 한보부도의 원인은 네가지다. ①자기자본이 취약한 상태에서 무리한 공사확장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②과다한 단기 고금리자금을 동원했으며 ③철강경기가 갑자기 냉각된 것에 곁들여 ④한보그룹의 방만한 경영이 한몫을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한보측이 밝힌 당진제철소 사업계획은 초창기인 90년11월 1조1천7백86억원에서 코렉스공장등 추가계획이 선 94년9월 3조6천9백억원으로 뛰었고 96년1월에는 4조8백32억원으로 다시 늘었다가 96년12월에는 5조7천2백65억원으로 불어났다. 또 고금리 위주의 제2금융권의 여신은 1천9백억원(93년말)―4천3백억원(94년말)―1조1천억원(95년말)―1조9천억원(96년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었다. 이와 함께 열연강판의 국제가격이 94년말 t당 4백달러에서 작년 5월에는 2백70달러로 급락, 채산성이 악화됐고 92년 4개에 불과했던 한보계열사는 자금난 속에서도 지난해말 22개로 불어났다는 것이 방만한 경영을 설명하는 재경원의 논거다. 요컨대 한보철강이라는 개별기업이 사업성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고 자금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쓰러진 것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한보가 처음 당진제철소를 짓겠다고 나섰을때 공유수면매립을 포함한 정책지원 코렉스공법 기술도입허가 외화자금지원 그리고 부도직전의 정부개입 등 정부역할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부도결정을 전후한 재경원의 역할에 대해 『상황보고를 받았으나 결정은 채권은행단에서 한 것』이라고 발을 뺐다. 林昌烈(임창렬)재경원차관은 보충설명을 통해 『정부가 모든 것을 잘했다는 것이 아니지만 이번에 문제로 드러난 점은 단계적으로 고쳐나가겠다』면서 감독기능 강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도 금융개혁위원회의 활동일정 등과 맞물려 추진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여론에서 아무리 책임문제를 소리 높여 외쳐도 관련 경제부처는 오불관언이다. 사태의 핵심을 파악해 재발방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말만 요란한 가운데 어물쩍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는 움직임만 눈에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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