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로 침울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한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의 망명사건이 발생하자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외무부와 통일원 등 외교 안보부처들은 황을 무사하게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서울로 데려오기 위한 사후대책을 마련하느라 12일에 이어 13일에도 분주했다.
▼ 청와대 ▼
金光一(김광일)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망명사건 대책을 논의,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이번 사건을 매듭짓기로 했다. 청와대는 또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팀과 만나기 위해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潘基文(반기문)외교안보수석에게 조속히 귀국토록 연락, 반수석은 당초 예정일을 하루 앞당겨 13일 저녁 귀국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중국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 다소 소극적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로서는 망명사건을 조기에 처리하기 위해 중국정부의 협조를 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통일원 ▼
각 부서별로 황비서 망명사건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분석, 검토하느라 하루종일 분주했다.
한 당국자는 『통일정책실을 중심으로 이번 사건이후 정부가 펴야할 적절한 대북정책을 검토중이며 정보분석실은 북한의 반응을 주시하며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대응방식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
또한 교류협력국 직원들은 이 사건이 남북경협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고 인도지원국은 황비서 입국후 처리및 국내거주 친척들의 소재파악 등으로 부산했다.
▼ 외무부 ▼
柳宗夏(유종하)장관과 李祺周(이기주)차관의 지휘아래 담당국인 아시아태평양국을 중심으로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북한인의 망명문제를 놓고 중국과 교섭한 전례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
싱가포르 출장을 취소했다가 예정보다 하루늦은 13일 싱가포르로 출발한 유장관은 출국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 시간도 당초 오후1시로 예고했다가 곧 오후3시로 연기하는 등 오락가락.
이에 따라 평소의 출입기자보다 두배이상 늘어난 취재기자들은 황비서의 망명문제를 외무부가 아닌 다른 기관에서 주도, 외무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실제로 외무부는 북한인의 망명사건이 발생할 경우 「설거지」역할만 한다는 평소의 평가를 증명이라도 하듯 12일 브리핑을 하면서도 외무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서 만든 보도자료를 배포.
〈김동건·방형남·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