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寶사건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與野는 13일 북한 黃長燁비서 망명이라는 초대형 사건이 터지자 黃비서 망명이 한보정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보파문이 증폭되면서 곤혹스러워 했던 신한국당은 내심 黃비서 망명이 `한보수렁'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한보호재를 최대한 활용하려 했던 국민회의는 `또 北風이냐'고 아쉬움을 느끼는 표정이다.
○…소속의원들의 한보관련 혐의가 잇따라 드러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신한국당은 "黃비서 망명이 한보사태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내심 국면전환을 기대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날 오전 李洪九대표 주재로 열린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오랜만에 한보사태가 아닌 黃비서 망명 사건이 제1의 화제로 등장한 것도 신한국당의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회의를 마친뒤 金 哲대변인은 "오늘은 발표할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연일 계속되던 야당과의 한보공방을 일단 중단했다.
金대변인은 `黃비서 망명이 한보정국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한보사건과 黃비서 망명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그러나 "黃비서 망명은 사안 자체가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與野의 정쟁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黃비서 망명사건이 한보한파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토로했다.
신한국당은 이에따라 黃비서 망명으로 베일에 싸인 평양권부의 실상이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고 그를 안전하게 서울로 데려오기 위한 중국과의 외교적 절차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李대표는 회의 시작전 "黃비서의 북한내 위치로 볼 때 그가 갖고 있는 정보나 자료의 질과 양은 대단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黃비서 망명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李相得정책위의장도 "북한이 黃비서를 곱게 우리나라로 보내주지 않으려 할 것"이라면서 "중국과의 매우 민감한 외교문제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치밀한 대책을 강조했다.
鄭亨根정세분석실장은 "黃비서가 무사히 서울에 오면 북한의 권력구도와 내부사정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黃비서 망명사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회의는 黃長燁비서의 망명요청을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 사건이 향후 남북관계와 사회전반에 몰고올 파장에 촌각을 곤두세우며 정부여당의 신중한 대처를 주문. 국민회의는 그러면서도 국내의 정치적 고비때마다 돌출하고 있는 `북한변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韓寶사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신한국당 민주계 실세에 대한 韓寶의혹설을 거듭 쟁점화하는등 두 사건을 분리대응. 국민회의는 특히 黃비서 망명사실이 망명요청 7시간만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배경, 黃비서의 자필귀순서신의 신빙성등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망명사실 공개절차와 귀순서신 진위여부에 대한 정부측 해명을 공식 요청. 鄭東泳대변인은 黃비서 망명요청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중국측이 黃長燁의 망명사실에 대해 비밀유지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7시간만에 이 사실을 공개한것은 국가이익과 외교적 관례에 정면 어긋난다"며 발표경위에 대한 해명을 촉구.
鄭대변인은 또 ▲黃비서 서신의 작성일시(1월2일) ▲안기부법, 노동법처리를 평가한 부분 ▲강력한 여당건설의 중요성을 지적한 부분 ▲용어와 문맥의 유치함 등을 지적, "편지작성에 안기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
지난 81년 북한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梁性喆의원은 "정부는 비공식,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와 협의를 하든지 유엔인권고등판무관등과의 접촉을 통해 黃비서 망명의 가뉩貫 잡은 후에 망명사실을 발표를 했어야 했다"며 "결과적으로 국내 여론에따라 가닥이 안잡힐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 金榮煥정세분석실장은 "韓寶문제 때문에 이 사건이 일어났다고는 보지 않으나정부가 이 시간으로 韓寶의 본질을 흐트리려 할 경우, 국민의 불신과 반발이 증폭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黃비서가 보냈다는 귀순서신에 언급, "黃이 한국 정세에 대해 말할 위치에 있지도 못하고 현재 정서적으로도 불안할 텐데 그런 사람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일축.
○…자민련은 黃비서의 망명 신청을 환영하면서도 향후 남북 긴장관계가 더욱 심화되고 남북대화도 경색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대한 정부당국의 충분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安澤秀대변인은 이날 金鍾泌총재 金龍煥사무총장등 당지도부와 黃비서 망명에 따른 분석회의를 끝낸 뒤 "당분간 남북간의 긴장이 심화될 우려가 있는만큼 경계태세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安대변인은 그러나 "한보사태로 궁지에 몰린 정부여당이 黃비서의 망명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곤란하다"면서 한보사태와 黃비서 망명은 별개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자민련은 특히 지난 1월2일 밤 작성됐다는 黃비서의 편지 내용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피력하면서 앞으로 시간을 두고 黃비서 망명 경위과정 조사에서 의문스러운 점을 철저히 규명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자민련이 의문을 갖고 있는 사안은 ▲강력한 여당건설과 군대및 안기부 강화라는 기상천외한 내용을 담은 이유는 무엇인가 ▲黃비서가 망명 40일전 북한체제하에서 그런 내용의 편지를 쓸 수 있는가 ▲중국의 무역상이라는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등이다.
李東馥총재비서실장은 "黃비서 정도의 인물이 남한으로 올 경우 남북관계 경색이 뻔한 만큼 제3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黃비서가 망명하자마자 촉각을 다퉈 발표를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