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윤상참 특파원] 북한의 쌀 추가지원 요청과 北―日(북―일)국교정상화 협상 재개 등을 둘러싸고 관심을 모았던 북한 노동당중앙위원회 黃長燁(황장엽·74)비서의 일본 방문이 별 성과없이 끝났다.
황비서는 당초 일본 자민당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정조회장을 비롯해 북한통인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간사장대리와 사민당 도이 다카코(土井)당수 등을 만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뉴욕의 4자회담 설명회 연기 등을 이유로 자민당이 면담을 취소했다. 또 일본 정부관계자와의 접촉도 무산됐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이기도 한 황서기는 다만 10일 사민당의 이토 시게루(伊藤茂)간사장 만을 만나 일본이 「주체성」을 갖고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도록 촉구했다. 황비서는 지난 90년 전후(戰後)보상 등을 합의한 3당(자민 사회 조선노동당)의 공동선언 정신을 살려 협상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비서의 일본 방문은 그가 학자인데다 주체사상국제연구소 주최 심포지엄에 참가하는게 주된 목적이어서 애초부터 정치적인 의미부여를 하기에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 방일한 북한 인물중 가장 거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그러나 방일기간중 4자회담 설명회가 연기된데다 20년전 니가타(新潟)현에서 실종된 13세 여중생이 북한 공작원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일어 그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일본 언론과 여러차례 가진 인터뷰에서 金正日(김정일)비서의 주석 취임시기 등에 관해 언급,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국제적인 분위기 띄우기에 역점을 두는 듯했다. 그는 조총련 간담회에서도 후계자 문제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그의 방일은 주로 조총련 달래기와 조직점검에 중점을 뒀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일본과의 본격적인 관계개선 움직임은 金容淳(김용순)비서의 방일이 이뤄질지도 모를 3∼4월경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