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權의원 소환 불응]『끼워넣기式은 곤란』

  • 입력 1997년 2월 11일 20시 17분


국민회의의 權魯甲(권노갑)의원은 지난 5일 한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밝힌 이래 줄곧 『검찰에 가서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11일 열린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동의원총회가 「검찰출두거부」를 결의하자 권의원은 『의총결의에 따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권의원의 검찰출두거부 방침은 이미 10일 오후와 11일 오전에 잇따라 열린 대책회의에서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회의에 참석한 朴相千(박상천)총무 및 李相洙(이상수) 千正培(천정배)의원 등 율사들과 당내 핵심인사들이 당초 방침을 바꿔 출두거부 쪽으로 결론을 내린 배경은 여러가지로 추정된다. 우선 특혜를 가능케한 「외압」이라는 본질이 호도되는 상황을 뻔히 보면서 검찰의 「물타기수사」 「야당끼워넣기수사」에 「들러리」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볼 수 있다. 또 강제소환될 때까지 버티는 과정에서 검찰수사의 부당성을 최대한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복잡하게 전개되기 시작하는 여권내 「파워게임」 조짐도 출두거부결정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즉 金德龍(김덕룡)의원 등이 제기하는 「음모설」 등을 둘러싸고 여권핵심부에서 빚어지고 있는 내홍(內訌)현상에 세간의 이목을 당분간 붙들어 두자는 계산도 감안했다는 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한가지 검찰쪽에서 최근 『이번에는 권의원이 사법처리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상황도 출두거부결정의 배경으로 빼놓기 어렵다. 다른 사람도 아닌 권의원이 비리혐의로 구속될 경우 金大中(김대중)총재의 대선도전구상이 입을 타격 때문에 국민회의로서는 신중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만 권의원이 이미 검찰소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자민련의 동의를 얻어 합동의총에서 결의하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는 출두거부결정이 여측 등 일각의 비난여론을 야기시킬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으나 야권 지도부는 이미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 그런 정도의 역풍(逆風)은 감내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崔永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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