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패티… 잊을 수는 없을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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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패티김 26일 고별공연

26일 오후 ‘굿바이 패티―패티김,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 무대 위에서 어우러진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왼쪽)의 손가락과 패티김의 목소리는 처연한 진홍색이었지, 저무는 황혼빛은 아니었다. 심성락은 1960년부터 패티김 노래의 아코디언 연주를 도맡아 왔다. 피케이프로덕션 제공
26일 오후 ‘굿바이 패티―패티김,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 무대 위에서 어우러진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왼쪽)의 손가락과 패티김의 목소리는 처연한 진홍색이었지, 저무는 황혼빛은 아니었다. 심성락은 1960년부터 패티김 노래의 아코디언 연주를 도맡아 왔다. 피케이프로덕션 제공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냉정한 사람이지만/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잊을 수는 없을 거야.”

‘서울의 찬가’ ‘못 잊어’ ‘초우’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포함해 20여 곡을 막힘없이 풀어내던 여걸이 끝내 눈물을 훔쳤다. 양희은 이선희 인순이 이은미 같은 후배 가수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아들고서였다. 마지막 곡은 ‘이별’이었고, 가수 패티김(본명 김혜자·75)의 목소리는 거기 닿아서야 흐려졌다.

“저는요. 근래 와서 모래시계가 됐습니다. (제 나이 75를) 까꿀로(거꾸로) 딱 뒤집으면, 이게 57세밖에 안됩니다. 사실 제 마음으로는 37이라고 하고 싶어요.”

냉정한 사람. 9000명의 관객 앞에 울려 퍼진 쨍쨍한 목소리와 유려한 가창은 은퇴할 가수의 것이 아니었고, 공연 제목(‘굿바이 패티―패티김,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은 무색했다.

지난해 2월 은퇴를 선언한 패티김은 1년 넘게 전국을 도는 마지막 순회공연을 열었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무대는 ‘마지막의 마지막’이었다.

공연 중반 원로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87)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1960년부터 패티김 노래의 모든 아코디언 연주를 도맡았지만 한 무대에 서는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두 노장은 패티김의 가장 처연한 히트곡 둘(‘초우’ ‘9월의 노래’)을 함께했다.

패티김의 ‘유언’은 그 호방한 노래와 장대한 기골마냥 유쾌했다. “오늘 이 공연을 위해서 얼마나 긴장되고 초조하고… (하지만) 이제 오늘 끝나면, 아이 앰 프리!” 그가 55년간 부른 노래의 깊이에서 가요 팬들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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