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송모 씨(44·여)가 웃으며 말했다. 자신이 죽으면 전 재산을 서울시립대에 기부하기로 하고 공증작업까지 마친 뒤였다.
그는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적은 나이지만 아이가 없다보니 재산 문제를 미리 정리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며 “내가 죽은 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씨는 “앞으로 벌어들이는 재산도 전부 시립대에 기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송 씨가 학교에 기부하기로 한 것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와 강원 원주시, 경기 용인시 토지 등 공시지가 8억9000만 원 상당의 부동산. ‘공공기관은 신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회단체와 국·공립대 몇 군데를 돌아다녀 본 뒤 서울시립대를 선택했다.
그녀는 “이왕이면 의미 있는 곳에서 투명하게 잘 쓰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송 씨는 서울시립대와 별다른 인연은 없다.
미국에 잠시 머무르며 기부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송 씨는 “죽을 때 재산을 가지고 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국에서도 보다 의미 있는 일에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하는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끝까지 본인의 신상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시립대 관계자는 “편찮으신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죽음 이후까지 고민하시는 모습에 느낀 바가 컸다”며 “기부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곳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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