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백혈병 소녀 외교관 꿈, 외교부에 通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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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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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투병 이현경양 “외교관 언니 오빠 만나고 싶어”
사연 들은 외교부, 李양 초청… 김성환 장관 등 내일 만남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이현경 양. 이 양은 19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자신의 꿈인 외교관들을 만나 외교관 생활에 대해 얘기를 듣는다. 사진 출처 CBS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이현경 양. 이 양은 19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자신의 꿈인 외교관들을 만나 외교관 생활에 대해 얘기를 듣는다. 사진 출처 CBS
“외교관 언니, 오빠들을 만나고 싶어요.”

3년째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15세 소녀 이현경 양은 얼마 전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조심스레 자신의 소원을 말했다. 이 재단이 소아암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희망 메이커’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17일 외교통상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양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9년 갑작스레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당시부터 상태가 심각해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이 양은 고통스러운 항암치료와 이식 수술을 받았다. 오랜 기간 항암제를 복용한 탓에 부작용으로 심한 당뇨병까지 생겼다. 장이 세균에 감염돼 장기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고 최근에는 폐경 증상까지 나타났다.

어묵과 붕어빵 장사 등 노점상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리던 아버지 이준희 씨(47)는 이 양의 간호를 위해 노점상을 그만둬야 했다. 이 양의 어머니는 이 양이 세 살 때 집을 나갔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양 가족은 매달 정부가 지원하는 60만 원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 이 씨가 오랫동안 앓아온 당뇨병도 악화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오랜 병마와 싸운 탓에 생긴 우울증으로 고생하다 심리치료를 받은 이 양에게 최근 꿈이 생겼다. 외교관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 양은 외교관이 돼 세계 곳곳의 몸이 아픈 어린이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한다. 비록 학교는 가지 못하지만 혼자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런 이 양의 안타까운 사연과 당찬 꿈은 지난달 백혈병어린이재단 관계자와 친분이 있는 외교부 직원을 통해 외교부에 알려졌다.

외교부는 19일 오후 이 양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청했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이 양에게 외교관 생활을 진솔하게 들려줄 자원자를 모집했다. 애초 1명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지원자가 몰려 남성과 여성 외교관 2명을 선발했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이 양이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동영상 학습기를 선물로 마련했다. 김성환 장관도 직접 이 양을 만나기로 했다. 이 양의 오랜 소원이 드디어 이뤄지게 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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