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법원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미국 법원도 많은 비판에 시달리지만 그 배경에는 사법부에 대한 오랜 자부심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37년여간의 판사 생활을 마치고 퇴임한 김용담 전 대법관(63·사법시험 11회·사진)이 7월 1일부터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한다. 김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퇴임하자마자 미국 하버드대로 연수를 떠나 10개월간의 연수를 마치고 6월 말 귀국했다. 변호사로서 첫 출근을 하루 앞둔 김 전 대법관은 30일 서울 중구 순화동 법무법인 세종 사무실에서 “미국 연수기간 중 법원과 재판이 신뢰를 얻는 것은 법관들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느꼈다”며 “세계 사법 시스템이 경쟁하는 시대에 이제는 변호사로서 사법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연수 도중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를 검토해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읽는 우리 법원’이라는 책을 집필하며 미국에서도 한국 법원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퇴임 직전 그는 신영철 대법관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시위 관련자 재판 개입 파문의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사법부 내 태풍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독일에서는 사법행정권이 지나쳐 재판의 독립을 해친다고 여기면 국민에 대한 사법 서비스 차원에서 직무법원을 통해 이것이 재판권 침해인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 대법관 사건은 국민에 대한 사법 서비스라는 차원에서 다뤄졌어야 하는데 마치 좌우의 이념 대립처럼 비쳐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법원이 신뢰를 얻기 위해선 법관들이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사법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법관이 법률적 판단에 앞서 자꾸 개인적인 소신을 밝히면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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