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마사지 받을땐 암도 잠시 잊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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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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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박미순 씨가 암 환자에게 발 마사지를 해주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1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박미순 씨가 암 환자에게 발 마사지를 해주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서울 아산병원 서관 5층 항암주사실에는 매일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들의 고통어린 신음소리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곳도 일주일에 한번 씩은 웃음꽃이 핀다. 환자들에게 '선생님'이라는 불리는 박미순 씨(41·여)가 주사실을 찾기 때문이다. 9월 대장암 진단을 받고 폐까지 암이 전이된 서모 씨(68)에게도 박 씨를 만날 수 있는 매주 화요일은 참 기분 좋은 날이다. 박 씨는 암 환자들에게 무료로 발마사지를 해주는 자원봉사자다.

15일 박 씨는 항암주사실에 들어와 서 씨 발을 흰 수건으로 닦고 크림을 바른 후 골고루 지압하기 시작했다. 서 씨는 "마사지를 받을 환자가 어떤 암으로 투병 중인지 파악해 암 종류에 따라 거기에 맞게 지압한다"고 말했다. 약 30분간 양발의 발마사지를 받은 서 씨는 "발마사지 받는 내내 너무 시원하고 편안해 암으로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다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매주 화요일 3~4명의 암 환자에게 발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다. 박 씨가 암 환자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3년 2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이 발마사지의 효과에 대해 논문을 쓴 후 물리치료사 출신인 박 씨에게 암 환자들 발마사지 봉사를 요청했다. 박 씨는 "처음에는 꾸준히 봉사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지만 발 마사지를 받은 후 얼굴에 미소와 희망이 비치는 환자들을 보니 너무 기뻤다"라며 "남의 발을 만지는 것에 대해 '지저분하다'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발 마사지야 말로 자기를 낮추고 힘든 사람들에게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봉사"라고 말했다. 이후 박 씨는 지난 해 교통사고가 나서 2주간 결석한 것을 제외하고 단 한번도 봉사에 빼먹지 않았다. 최근 암 환자 1000명의 발마사지를 마쳤다.

그는 요즘 다른 자원봉사자에게 발마사지 교육을 시켜 함께 봉사하고 있다. 암 환자들 가운데에는 박 씨 때문에 일부러 화요일에 항암 주사를 맞는다는 환자가 있을 정도다. 그는 "암 환자의 발을 만지는 것을 꺼림칙해하는 등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함께 발마사지 자원봉사를 할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많은 봉사자가 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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