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회장, 故 최종현 회장 추모 기념문집 기고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그는 10년 뒤를 준비한 미래설계자”

‘늘 향후 10년을 준비한 미래 설계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10주기(8월 26일)를 앞두고 곧 발간될 ‘최종현, 그가 있어 행복했다’는 제목의 추모 기념문집에 기고한 글에서 최 전 회장을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삼성 및 SK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최 전 회장의 추모 문집에 글을 써 달라”는 SK 측의 부탁을 받고 삼성 특검 재판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고사했으나 간곡한 요청이 계속되자 이를 받아들였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이 전 회장이 외부에 기고문을 보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추모 글에서 “SK그룹이 1994년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불참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은 당시 모든 사람을 당황스럽게 했는데 정작 최 전 회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대범한 자세를 보여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은 이어 “최 전 회장은 당시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문화 교육 같은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워야 한다’며 늘 국가 장래를 먼저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회고했다고 두 그룹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 전 회장은 10년 전인 1998년에도 최 전 회장의 별세 소식을 듣고 “뜻을 같이하는 재계 선배와 동지로 평소 존경해온 당신의 별세 비보(悲報)는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과 충격이었다”며 깊은 추모의 정을 나타낸 바 있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이 전 회장이 사석에서 최 전 회장을 ‘형님’이라 부를 정도로 두 분이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최 전 회장의 10주기를 맞아 그와 친분이 있던 그룹 임직원과 각계 인사 등 모두 100여 명에게 고인과의 일화 등을 회고하는 글을 받아 엮은 기념문집을 펴내는 등 다양한 추모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1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등에서 ‘한국 경제의 별을 기리며’라는 제목의 추모 사진전을 열고, 이달 22일에는 국립국악원에서 ‘추모 국악 대공연’을 개최해 생전에 국악 후원에 앞장섰던 최 전 회장을 기릴 계획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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