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5월 17일 개봉 예정)의 제작보고회가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이날 공개된 메이킹 필름 속의 그는 울고 울고, 기절할 때까지 울었다. 그러나 결혼 뒤 처음 모습을 나타낸 그는 스팽글이 잔뜩 달린 화이트 미니 드레스를 입고 눈부시게 웃었다. 보고회 뒤 만난 그에게 그 웃음과 눈물의 의미를 물었다.
○ 시나리오 너무 슬퍼 감정 잡는 데 애먹어
전도연 송강호가 출연하고 이창동 감독이 만든 ‘밀양’은 밀양을 배경으로 한 멜로 영화다. 남편이 죽고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으로 온 신애(전도연)의 주위를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이 맴돈다. 그러나 신애는 이곳에서 아들마저 잃는다.
“시나리오 보기도 전에 한다고 했는데, 막상 보고 나선 못하겠다고 했어요. 남편과 아이를 잃은 슬픔은 제가 가늠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감정이 안 잡혀 촬영을 접기도 했다.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고.
‘밀양(密陽)’의 한자 뜻대로 영어 제목은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 ‘비밀의 햇볕’이라는 이 말이 주제를 함축한다. 신애는 삶의 이유를 모두 잃는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사랑일까.
“‘비밀의 햇볕’이 사랑일 수도 있지만, 그걸 직접적으로 말해 주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게 사랑이든 뭐든… ‘죽지 못해 산다’고들 하지만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 있잖아요.”
그가 말하는 희망은 일상의 작은 행복이다.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거창한 것에서 찾지만 기본은 일상이에요. 다들 일상을 탈피하려고 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특별한 행복과 희망이 다 일상 안에 있어요.”
○ “사랑을 하면 모두 행복한 바보가 돼요”
송강호는 “나에게 ‘살인의 추억’, 설경구에게 ‘박하사탕’이 있다면 전도연에게는 ‘밀양’이 있다”고 말했단다. 전도연도 “한계를 어느 정도 뛰어넘은 것 같다”는 말로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남편 강시규 씨를 만나 3월에 결혼한 그는 메이킹 필름에서 “사랑을 하면 바보가 된다”고 송강호에게 말했다. “예전에 본 만화에서 대사도 없이 주인공이 피식피식 웃더니 맨 마지막에 ‘아, 사랑을 하고 있군요’라고 끝났어요. 사랑을 하면 행복한 바보가 돼요.”
신혼이면 항상 ‘닭살’일 줄 알았는데, 그는 남편이 늘 옆에 있던 사람처럼 편하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남편 자랑 좀 해 보라고 했더니, “참 자상한 것 같아요. 꾸밈이 없어서 좋고요, 저를 배우 전도연이 아니라 인간 전도연으로 대해 줘서 좋고….”
닭살 아니라고 금방 말해 놓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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