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소리를 차는 사람들”…시각장애 축구단 ‘소차사’ 맹훈

  • 입력 200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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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축구팀인 ‘소리를 차는 사람들’ 회원과 삼성에버랜드 봉사단 여직원들이 25일 서울 송파구 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친선경기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시각장애인축구팀인 ‘소리를 차는 사람들’ 회원과 삼성에버랜드 봉사단 여직원들이 25일 서울 송파구 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친선경기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선수들은 이리저리 튀는 축구공을 따라 경기장을 누볐다. 여느 축구 경기에서 볼 수 있는 현란한 드리블과 몸싸움도 벌어졌다.

하지만 경기 중 딸랑딸랑 소리가 울렸다. 선수들은 두툼한 머리보호대와 특수 안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시각장애인이었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 ‘소리를 차는 사람들(소차사)’ 회원 20여 명의 열기가 축구장을 달구고 있었다. 이들은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서울과 경기도에서 모인 1급 시각장애인.

이들은 매주 공을 차지만 이날은 조금 특별했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삼성에버랜드 빛나리봉사단의 여직원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봉사단원과 소차사 회원들의 표정은 환했다.

시각장애인 축구는 공의 소리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정식 경기와 달리 관중이 소리를 내면 안 된다.

하지만 이날은 선수와 관중 모두 ‘대∼한민국’을 외쳤다. 전반전에 응원을 하다 후반전에 투입된 박명수(31) 씨는 “빨리 월드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장면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이들은 월드컵을 ‘본다’고 표현한다.

소차사 회원들은 월드컵 기간에 중요한 경기에 출전한다. 다음 달 7일부터 사흘간 경북 포항에서 포스코배 시각장애인 축구대회가 열린다.

전맹부(1급 시각장애인) 8팀과 약시부 6팀이 맞붙는 대회에서 국가대표를 뽑는다. 선발되면 11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국제 시각장애인 축구대회에 나간다.

어린 시절 축구가 하고 싶어 플라스틱 저금통에 자갈을 넣어 찼다는 이진원(36) 씨는 “독일 월드컵을 지켜보며 한국팀을 응원하고 우리의 월드컵을 위해서도 열심히 뛰겠다”면서 파이팅을 외쳤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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