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공 신익희선생 생가 화재 손자 사망

해공(海公) 신익희(申翼熙·1892-1956) 선생의 생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버지를 구하려던 해공 선생의 손자가 숨졌다.

장남인 손자는 지난달 돌아가신 어머니의 상(喪)을 지키던 중에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24일 오전 5시경 경기 광주시 초월면 서하리 160-1 해공의 생가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해공 선생의 손자 복영씨(63·군포시 산본동)가 숨지고 경기도 기념물 134호로 지정된 해공 선생의 생가중 30평 규모의 안채(목조 기와집)가 전소됐다.

복영씨는 화재발생 직후 잠을 자던 안방에서 부인(63)과 함게 대피했으나 작은방에서 자고있던 아버지 창현씨(88)를 구하기 위해 다시 집안으로 뛰어들었다가 연기에 질식해 사망했다. 창현씨는 뒷문을 통해 이미 대피한 뒤였다.

숨진 복영씨의 동생 학영씨(57·서울 서초구 반포동)는 "형님은 지난달 돌아가신 어머님께 아침 저녁으로 상식(喪食)을 올리기 위해 생가에 머물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며 "평소에도 부모님을 끔찍이 생각하는 효자였다"고 말했다.

해공선생의 생가에는 창현씨 부부가 살아왔으나 지난달 25일 부인(86)이 숨지자 복영씨를 비롯한 2남 3녀의 자녀가 어머니 상(喪)을 지키기 위해 몇일씩 돌아가며 생가에서 지내왔다. 숨진 복영씨는 5년전 광업진흥공사 기획본부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했으며 셋째 학영씨는 현재 일반 기업체에 이사로 재직중이다.

경찰은 일단 누전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다.

1867년에 지은 해공 선생의 생가는 안채와 바깥채(사랑채)로 이뤄져 있으며 1992년 경기도기념물로 지정됐고, 유품으로는 사랑채에 목판과 고서 휘호(친필) 등이 보존돼 있다.

해공 선생은 상해 임시정부 시절 내무차장 등을 역임한데 이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에는 제헌국회 의장을 지냈고, 1956년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유세도중 뇌일혈로 사망했다.

광주=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