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간 李총재, YS와 「맘 통한 대화 」

입력 1999-01-14 19:37수정 2009-09-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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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4일 오전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예방했다.

이총재의 상도동 방문은 총재 취임직후인 지난해 9월9일에 이어 두번째. 그러나 이날 두사람의 대면은 서먹서먹함 속에 선문답(禪問答)에 가까웠던 첫번째와는 사뭇 달랐다.

두사람은 5분여가량 날씨 등을 화제로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배석자들을 물리치고 50여분간 단독밀담을 나눴다.

이날 밀담은 경제청문회 등 시국대처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후문이다.

이총재는 “여당이 정책청문회를 하겠다더니 비리청문회로 몰고가려는 것은 문제”라며 “청문회특위의 일방적 운영을 막기 위해 여야동수로 특위가 구성되지 않는 한 청문회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전대통령은 “정책청문회가 되지 않고 개인을 목표로 해서 공격하기 위한 청문회를 그나마 여당 단독으로 강행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청문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이 최근 ‘구정권 비리설’을 주장한데 대해 “비리가 있으면 검찰이 수사하면 될 일 아니냐”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앞서 두사람이 주고받은 인사말, 특히 김전대통령의 발언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배어있는 ‘뼈있는 말’의 연속이었다.

먼저 이총재가 “건강이 어떠냐”고 묻자 김전대통령은 “여러 사람들이 날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나는 요즘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러니까 마음이 편하다. 다음날 아침에 눈이 떠지면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구나 생각하며 하루를 지낸다”고 덧붙였다.

이총재가 “새해에는 새로운 일, 좋은 일이 많길 바랐는데 잘 안되고 있다”고 말하자 김전대통령은 단호한 표정으로 “우리의 50년 역사가 그랬듯이 영원히 국민을 속이지는 못한다. 진실을 오도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총재측은 이날 예방을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한 측근은 “말수가 적은 두사람이 50여분간 얘기했다면 분명 밀도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고 또다른 인사는 “정국대처방안과 관련, DJ를 잘아는 김전대통령의 우호적 조언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전대통령은 이날 이총재가 떠날 때 지난번과는 달리 대문앞까지 나와 이총재를 배웅했고 “오늘 대화가 어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웃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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