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대법관 임명제청 조무제 부산지법원장]

  • 입력 1998년 8월 5일 06시 52분


서울을 쳐다보지 않는 판사. 호주머니가 얄팍해도 두려워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는 판사. 이 시대 법조의 이인(異人)이 아닐까.

그가 마침내 대법관에 올랐다. 부산 경남에만 근무해 이른바 향판(鄕判·향토법관의 준말)의 대표적 인사로 꼽히는 조무제(趙武濟)부산지법원장. 그가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4일 부산지역 법조계 인사들은 “경사가 났다”고 입을 모았다.

법조인들은 청렴과 강직, 원칙주의라는 세마디로 그를 소개한다. 93년 공직자 재산공개때 25평짜리 아파트 한채와 부인명의의 예금 1천75만원 등 6천4백34만원을 신고했다. 상위직 법관 1백3명 중 ‘꼴찌’를 기록했다.

‘나의 것이 아니면 누리지 않는다’는 조원장의 외곬 삶을 상징하는 일화 중 ‘관용차 이야기’가 있다.

창원지법원장 시절 그는 부산의 집에서 출퇴근을 했다. 대체로 법원장들이 그렇듯이 부산 창원간 관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조원장은 달랐다. “관용차는 창원 관내에서만 타는 것이다”며 부산에서 창원까지는 버스를 이용하고 터미널에서 법원까지만 관용차 타기를 고집했다.

법조계의 관행인 전별금도 안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리없이’ 받은 전별금은 법원 도서구입비로 쾌척했다. 명절때 지역 기관장들이 술 한병이라도 놓고 가면 사람을 시켜 다시 돌려줄 정도였다고 아는 이들은 전했다. 지금까지도 “국가예산을 절감해야한다”며 비서관없이 여직원 혼자 원장실 일을 보게 했다.

부산지법 김문수(金文洙)수석부장판사는 “청렴과 원칙주의가 몸에 밴 때문에 그 분을 대하면 마치 도를 닦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며 “그 분이 대법관이 된데 대해 법조 안팎 누구나가 다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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