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글날 장편소설「시인들이…」출간 박덕규씨

  • 입력 1997년 10월 8일 19시 52분


일찍이 작가 복거일이 『머지않아 한글은 학문적 탐구의 대상으로 연구소나 대학에만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많은 이들은 지나친 비관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우리 말과 글을 재료로 창작물을 빚어내는 작가들에게는 그의 예언이 결코 「과대망상」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한글날 한글전용론자들의 테러를 소재로 장편 「시인들이 살았던 집」(현대문학)을 펴낸 작가 박덕규씨(37)도 그런 고민을 절실하게 부여안은 사람이다. 『제 자신 어렸을 때부터 한글전용주의자입니다. 그러나 작품활동을 계속하면서 우리말과 글에는 과연 순수혈통이 존재할까, 세계속에서 우리 고유의 것을 지킨다는 것이 한글전용을 부르짖는 것만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박씨는 추리기법을 동원해 한글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문화지형도를 그려낸다. 해체위기에 처한 어느 한글사랑운동단체가 세인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한문교육부활을 주장하는 학자들을 테러한다. 테러가 계속되는 가운데 특종보도로 사세를 키우려는 주간지 사주와 기자, 성희롱전력을 지우기 위해 혈안이 된 국회의원, 조작된 문학상 수상을 앞두고 고뇌하는 시인 등이 어지럽게 맞물려 돌아간다. 『한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된 상황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합니다. 소설속에서 한글기계화운동이나 해외교포에게 한글교육하기 등의 방법을 제시한 것도 그런 생각에서입니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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