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야금 병창 인간문화재 안숙선씨

  • 입력 1997년 8월 20일 19시 47분


국악인 安淑善(안숙선·48)씨가 인간문화재가 됐다. 공식명칭은 「주요 무형문화재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안씨는 『소중한 전통의 맥을 이으라며 나라에서 지워준 책임이기에 어깨가 무겁다』며 『가야금 병창의 전승이 맡겨진 만큼 후계자 양성 등에도 소홀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야금 병창은 자신의 가야금 반주에 판소리 한대목 또는 단가를 얹어 부르는 것. 『김소희 선생에게 판소리, 박귀희 선생에게 가야금 병창을 배웠습니다. 박선생께서 가야금 병창 전수자로 지목한 덕으로 오늘에 이르게 됐지만 어느쪽도 소홀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70년대 이후 국악계의 「흥행 보증수표」로 불려온 안씨는 출연하는 판소리 창극 무대마다 매진선풍을 몰고 왔다.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우리소리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어디든 달려갔지요. 얼굴을 자주 보이다 보니 인기도 따라온 모양입니다』 안씨가 출연하는 무대는 특유의 매력으로 남다른 열기를 불러일으킨다. 꼿꼿하고 맑은 소리와 정확한 가사전달, 단아한 외모, 한없이 애절하게 애간장을 녹이다가도 순간 휘몰아치듯 신명에 빠져들게 하는 기교…. 음반 녹음도 활발한 그는 최근 발매된 「춘향가」음반을 비롯, 내년까지 판소리 다섯마당을 모두 녹음할 예정. 재즈뮤지션들과 협연한 음반 「웨스트 엔드」를 출반하는 등 동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에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장르를 섞는 것은 좋지만 국악의 원형이 무너지는 데는 반대입니다. 협연하는 쪽에서 제 소리에 맞추도록 요구했지요』 안씨는 『서로 이해해야 진정한 새 음악을 이룰 수 있다』며 『섣불리 협연에 응하기 보다는 먼저 상대 장르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의 음악생활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끊임없는 「독공(獨功)」. 소리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훌쩍 지리산에 틀어박혀 몇달이고 소리내기에 열중한다. 『자연에서 들리는 바람소리 물소리가 모두 판소리에서 표현돼야 할 것들 아닙니까. 번다한 생활에서 벗어나 정신이 맑아지면 소리도 좋아지지요』 그는 『귀명창이 많아야 국악이 흥한다』며 더 많은 청중들이 국악무대를 찾기를 기대했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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