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하늘속談]초고유가에도 비행기가 연료를 넉넉히 싣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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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급유 차량이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공항 급유 차량이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이원주 산업1부 기자
이원주 산업1부 기자
고유가로 항공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여러 항공사가 노선을 축소하거나 비상 경영에 돌입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항공사들이 비행기에 연료를 채울 때 딱 목적지에 도착할 만큼만 채워서 최대한 기름값을 아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가 없다. 목적지까지 가는 연료 외에도 적지 않은 양을 추가로 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가 승객을 태우고 비행기를 띄울 때 넣어야 하는 법정 연료는 7개로 나뉜다. 가장 먼저 ‘비행 연료(trip fuel)’가 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실제로 소모되는 연료다. 비행기가 탑승구에서 활주로까지 이동할 때 써야 하는 ‘지상 이동(Taxi) 연료’도 계산해서 넣어야 한다. 여기까지가 비행기가 움직일 때 실제로 쓰이는 연료다.

하지만 이걸로 끝내서는 안 된다. 비행기가 목적지 공항에 기상이나 다른 비행기 사고 등으로 착륙하지 못할 경우 출발지로 회항하거나 근처 다른 공항에 내려야 한다. 이때 쓰일 연료도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 이 연료를 ‘공항 변경 연료’라고 부른다. 통상 국내선의 경우 목적지 공항에 못 내리면 출발지로 돌아온다. 이 경우 공항 변경 연료로만 비행 연료와 같은 양을 주유해야 하는 셈이다.

급작스러운 날씨 변화나 화산 폭발 등으로 비행기가 예정된 경로보다 먼 거리를 돌아서 날게 될 수도 있다. 이 상황도 연료 계산에 넣어야 한다. ‘비상(Contingency) 연료’라고 하는데,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비행 연료’의 5%를 추가해야 한다. 보잉의 대형기인 747-8의 경우 유럽이나 미주로 갈 때 1시간마다 약 9t, 총 127t 이상의 연료를 쓰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비상 연료로만 6t이 넘는 기름을 추가로 채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연료를 다 싣고 여객기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착륙할 공항 상공 450m(약 1500피트)에서 ‘30분 이상’ 체공할 수 있는 양의 연료가 무조건 남겨져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를 ‘최종 예비(Final reserve) 연료’라고 부른다. ‘만약의 만약’이 겹쳐 착륙할 수 없는 상황인데, 비행기에 남은 연료량이 최종 예비 연료량을 밑돌게 되면 이 비행기는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그 외에도 항공기가 비행하는 지역별로 연료 규정이 다를 경우 가장 많이 채워야 하는 연료 규정에 따라서 추가로 연료를 넣는 ‘추가 연료’와 조종사나 운항관리사 등이 기상 상황이나 항로 정체 등을 분석한 뒤 임의로 연료를 더 실어야 한다고 판단해 넣는 ‘재량(Discretionary) 연료’ 등도 법정 연료에 포함된다.

이런 연료를 모두 실으면 비행기 무게도 크게 증가한다. 그만큼 연비도 나빠지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시기에는 법정 연료 규정을 지키기 위한 비용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중동 상황이 안정돼 다시 저렴한 비용으로 항공 여행을 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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