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하늘속談]비행기는 혼자 힘으로 후진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중국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에서 탑승교와 충돌 사고를 낸 중국동방항공 A350 비행기.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중국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에서 탑승교와 충돌 사고를 낸 중국동방항공 A350 비행기.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원주 산업1부 기자
이원주 산업1부 기자
지난달 2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를 출발해 상하이(上海) 훙차오(虹橋) 국제공항에 도착한 중국동방항공 소속 항공기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멈추지 못하고 탑승교를 들이받는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접촉 사고’ 수준의 가벼운 충돌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렸던 장면은 충돌 직후다. 탑승교와 부딪힌 비행기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후진을 한 것이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고장 났던 이 비행기는 결국 다시 미끄러져 탑승교를 또다시 들이받은 후 멈춰 섰다.

비행기는 혼자서 후진할 수 있을까. 이론상으론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렵다. 비행기의 바퀴에는 브레이크가 달려 있긴 하지만, 자동차처럼 스스로 바퀴를 굴릴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날개에 붙은 엔진이 회전하면 비행기 바퀴는 그 힘을 받아 밀려갈 뿐이다. 그리고 비행기 엔진은 비행기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힘만 내도록 만들어져 있다.

단, 이 엔진 힘을 거꾸로 돌리면 비행기를 억지로 후진시킬 수는 있다. 엔진 뒤로 뿜어져 나가는 배기가스 배출 통로를 막고 엔진의 덮개를 열어 이 배기가스가 옆쪽과 앞쪽으로 뿜어져 나가도록 만들면 된다. ‘역추진’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린 후 빠르게 속도를 줄이기 위해 주로 쓴다.

하지만 공항에서 대형 여객기가 이런 ‘역추진’ 방식으로 탑승교를 빠져나가 활주로로 갈 수는 없다. 엔진의 배기가스는 대형 자동차를 간단히 날려버릴 정도로 힘이 세다. 보잉777의 경우 엔진 한 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만 11만5000파운드(약 52t)의 무게를 날려버릴 수 있다. 수많은 지상 근무자와 장비들이 주변에 있는 탑승교 근처에서 엔진 역추진을 사용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비행기가 승객을 모두 태우고 공항을 빠져나가기 위해 후진할 때는 ‘토잉카’라는 특수 차량이 비행기 앞쪽 바퀴에 붙어 비행기를 뒤로 밀어준다. 수천 마력의 엔진을 장착해 A380 같은 초대형 비행기도 거뜬히 밀어줄 수 있는 차다. 그만큼 비용도 비싸다. 이 차를 이용해 비행기 ‘후진 서비스’를 한 번 받으려면 5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훙차오 공항에서 접촉 사고를 낸 중국동방항공 조종사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왜 굳이 탑승교 주변에서 엔진 역추진을 사용했을까. 이유는 이것이 ‘절차(매뉴얼)’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비행기는 에어버스에서 제작한 A350 기종이고, 이 기종의 운용 교범에는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제동이 되지 않을 경우 엔진 역추진을 최대치로 활용하도록 되어 있다. 정확한 사고 정황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당시 조종사는 몸에 익은 매뉴얼대로 비행기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험할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다행히 현재까지 지상 조업자들도, 탑승객들도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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