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던 아녜스(제시 버클리 분)는 마을에 새로 온 교사 윌(폴 메스컬 분)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룬다. 극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런던으로 떠난 윌과 마을에 남아 아이들을 키우는 아녜스는 떨어져 지내게 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절, 그들에게도 예기치 못한 비극이 생긴다. 평소 아버지의 무대에 배우로 서는 걸 꿈꿨던 소중한 아들 햄넷이 죽은 것이다. “넌 꼭 살 거야”라고 기도하듯 말했지만 아녜스는 끝내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통함에 빠지고, 런던에서 한발 늦게 돌아온 윌은 아들의 죽음을 곁에서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진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햄넷’은, 실제로 11세에 죽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아들 햄넷과 이 위대한 극작가가 남긴 비극 ‘햄릿’ 사이에 벌어졌을 일들을 상상력으로 채운 작품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삶을 주지만 동시에 죽음이라는 운명적 비극을 주기도 한다. 바로 그 죽음을 인간은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햄넷’은 아들의 죽음 앞에 절망하는 한 인간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그 아픔을 승화해 내는가를 보여준다. 죽음은 소중한 이들을 데려가지만, 예술은 그들을 계속 살아 숨 쉬게 한다. 작품 속에 또 기억 속에.
현재 우리 사회에서의 죽음은 자연적인 것만이 아닌 일들로도 일어난다. 재난이 생기고, 사고가 터지며, 때론 부실한 사회안전망이 누군가의 비극을 부르기도 한다. 그 죽음 앞에 과연 우리는 얼마나 공감하고 애도하고 있을까. 충분한 공감과 애도 없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또다시 굴러가는 사회는 과연 괜찮을까. “넌 꼭 살 거야”라고 말했던 아녜스의 말과, 끝내 아들을 작품 속에서 영원히 살게 한 윌의 예술은, 죽음조차 흔해진 현시대에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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