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최예나]영어유치원보다 적은 등록금… 대학이 인재 제대로 키울까

  • 동아일보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대학 등록금은 고등교육법에 법정 인상 한도가 정해져 있다. 그동안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었는데, 지난해 7월 1.2배로 낮아졌다. 교육부는 최근 각 대학에 개정된 인상 한도를 적용해 올해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이 3.19%라고 전달했다. 지난해는 5.49%였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을 전달받은 대학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학생, 학교, 세무사 등이 참여해 등록금 액수를 확정한다. 2009년부터 교육부가 일선 대학들에 등록금 동결을 압박한 탓에 한동안 등심위는 사실상 결론이 정해진 회의만 했다. 학교 측은 비등록금 수입 등으로 재정 적자를 어떻게 메우는지 설명하면서도 정부 방침에 따라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유형을 지급했고, 정부 재정 지원 사업에 목말라 있는 대학이 알아서 눈치를 봤다.

하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4년제 대학의 70.5%인 136곳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교육부 장관이 대학 총장에게 등록금 동결을 촉구하는 서한문까지 보냈지만, 대학들은 “등록금 16년 동결로 추락하는 경쟁력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등심위 회의록을 보면 학생들마저 학교 재정 부실화를 인식하고 등록금 인상을 통해 노후 시설 개선, 우수 교수 영입, 교육 프로그램 확충 등을 요구했다.

올해 등록금을 확정해야 하는 대학들은 고민이 많다. 지난해 등록금 인상으로 시작된 변화를 멈추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엔 등록금 인상으로 얻은 재원을 학생 장학금과 교육시설 개선 등에 사용했다. 하지만 올해는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이 낮아져 학생들이 못 받는 국가장학금Ⅱ유형 대신 대학이 장학금을 지급하고 나면 남는 게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게다가 등록금이 2년 연속 올랐다는 따가운 시선도 감내해야 한다. 수도권의 한 대학 총장은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어서 등록금을 인상하면 비판 수위가 더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제 생각을 바꿀 때다. 등록금 인상이 가계에 부담이 되겠지만, 인재를 키우려면 막대한 재원과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인공지능(AI)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하지만 AI를 가르칠 교수 채용 공고에 지원자가 0명인 대학이 수두룩하다.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교원 처우가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 탐나는 인재가 있어도 영입을 제안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폭우가 쏟아지면 강의실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양동이로 받아야 하는 처지에서 학생들은 직접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AI 연구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설에 냉방 설비가 없어 40도가 넘으면 셧다운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이 미래 첨단산업을 이끌 인재 하나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가 139%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질 등록금은 이 기간 3분의 1로 감소했다.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1인당 교육비는 2023년 2093만 원으로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의 2.9배에 달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구조조정으로 옥석을 가려야 하겠지만, 더 늦기 전에 대학에 등록금 결정권을 돌려주고 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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