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홍보실 대리가 서울 송파구 송내유수지축구장 풋살장에서 활짝 웃으며 드리블하고 있다. 어릴 때 주말 조기축구 나가는 아빠를 따라다니며 축구를 접한 그는 서울시립대 여자축구부 창단 멤버로 활약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축구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권진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홍보실 대리(28)는 어렸을 때 주말 조기축구에 나가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공을 찼다. 운동을 좋아했다. 검도를 5년 하며 2단증을 땄다. 엘리트 선수는 아니었지만 초교에서 고교 때까지 학교 대표로 육상대회 100m와 400m 계주에 출전했다. 축구부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 바람에 축구선수가 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여자축구팀 창단 멤버로 활약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공을 차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드넓은 잔디 구장에서 공을 차며 놀아주던 아버지의 영향인지 축구는 즐거운 놀이 그 자체였습니다. 축구를 잘 해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운동장에 골대가 없어 저에겐 충격이었죠. 어린 시절 운동을 즐기던 기억 때문에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운명처럼 제가 학교 여자축구부 창단 멤버가 된 것입니다. 꿈만 같았죠.”
서울시립대 여자축구팀은 명칭은 WFC-BETA로 동아리팀이다. 코치가 스포츠과학과 남자 선후배들이었지만 볼 컨트롤부터 패스, 킥, 슈팅, 세트피스 연습 등 축구를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다. 주 2회 정기 훈련, 방학 때 지방 전지훈련, 그리고 개인 훈련까지 “이를 악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 여자축구 동아리계에서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그런데 꼴찌가 기회로 다가오기도 했다.
“2017년 한 포털에서 우리 팀을 주제로 ‘꽃길싸커20’이란 프로그램을 찍었어요. 여자 생활체육 인식 제고와 여자 프로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웹예능이었어요. 2000년 프로축구 K리그 신인왕 출신 양현정 감독이 꼴찌 팀을 맡아 조금씩 성장하는 스토리였어요. 그 프로그램 덕분에 우리 팀이 알려져 응원을 받게 됐죠. 계속되는 패배와 부상 등 좌절 속에서도 공에 집중하며 축구 열정을 불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KADA에 입사한 뒤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클럽팀 활동을 접었다. 그 대신 평일 야간에는 KADA에서, 주말에는 동네에서 남성들과 함께 풋살을 하고 있다. 그는 “여성 회원이 적다 보니 남성들과 함께 즐기고 있다. 열심히 공을 쫓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했다.
권 대리의 주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 “수비수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골을 터뜨릴 때의 짜릿함은 그 어떤 기쁨보다 크다”고 했다. 축구하며 많이 다치기도 했다. 2018년 서울권 대학 축구 클럽대회 준결승전에서 상대 수비의 거센 몸싸움에 밀려 오른쪽 정강이뼈가 골절됐다. 2022년 남자들과 함께 뛴 풋살 경기 땐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벌써 수술대에 2번이나 올랐다. 그래도 축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정강이뼈가 부러졌을 때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열렸어요. 2002년 한일 월드컵 ‘붉은 악마’의 길거리 응원 열기를 이어받아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응원전이 펼쳐졌죠. 전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경기를 휠체어 타고 나가 응원했어요. 1-2로 졌지만 뜨겁게 ‘한국 승리’를 외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클럽 활동은 잠시 멈췄지만 때때로 그의 축구 본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선수와 구장을 연결해 주는 ‘플랩풋볼’을 통해 틈날 때마다 참여 쿼터가 남아 있는 곳을 찾아 경기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에도 플랩풋볼로 연결돼 경기에 나갔다. 그날 내 플레이가 좋았는지 같이 뛴 선수들이 그들 팀에서 함께하기를 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도핑방지위원회(WADA) 총회(12월 1∼5일)를 준비하느라 잠시 참여를 미뤄 놓았다.
축구할 기회는 줄었지만 언제든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는 만들고 있다. 전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위해 필라테스를 한다. 5km 이상을 달리며 지구력도 키운다. 달리기를 할 땐 불가리안 스쾃, 스쾃 점프, 한 발 뛰기, 런지, 피칭 등 보강 운동도 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대구 FC의 브라질 특급 세징야입니다. 빠른 스피드에 드리블, 중거리 슛, 크로스 등 전천후 능력을 과시하며 펼치는 날카로운 공격력이 예술입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이국땅에서 10년 가까이 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점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도 일과 축구에서 꾸준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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