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관세 불확실성 걷혔지만 ‘포에버 협상’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4일 23시 30분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재명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재명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발표됐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부품 관세와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한다는 합의가 명문화됐다. 그동안 팩트시트 공개가 미뤄지면서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지만,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 거의 그대로 문서로 공표돼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이 동시에 발표한 팩트시트에는 대미 투자와 관련해 1500억 달러는 조선업에, 현금으로 투자하는 2000억 달러는 한국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외환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한국이 달러를 직접 매입하지 않아도 되고, 투자금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담겼다. 양국이 협의해 2000억 달러 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추진하기로 한 양해각서(MOU)도 이날 별도로 체결됐다.

정상회담 직후 미 상무장관이 “한국이 농산물 시장을 100% 개방할 것”, “반도체 관세는 합의에서 빠졌다”는 등 우리 정부 브리핑과 충돌하는 발언을 해 우려를 키웠지만 쌀이나 소고기, 대두 등 핵심 농산물 추가 개방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반도체 및 제조장비 관세는 미국이 앞으로 다른 나라와 체결할 합의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겠다고 적시했다.

이번 팩트시트 발표로 통상 불확실성에 시달리던 산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자동차·부품 관세의 인하 시점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고, 반도체 관세 역시 ‘불리하지 않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설명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2000억 달러 투자처 선정의 최종 권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고, 한국이 투자처를 통보받은 뒤 일정 기간 내에 입금을 하지 못하면 미국이 관세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향후 세부 후속 협상으로 끝까지 디테일을 챙기고 국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된 달을 기준으로 자동차·부품 관세를 소급하기로 양국이 합의한 만큼, 후속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 반년 동안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벌여온 관세 줄다리기의 결과물이 명문화됐지만, 협상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대미 투자처 선정부터 수익금 회수까지 더 길고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거센 보호무역 파고 속에 한 고비를 넘겼다는 냉철한 인식을 갖고, 앞으로 이어질 ‘포에버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조인트 팩트시트#관세#대미투자특별법#포에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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