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경제의 봄’ 올까… ‘춘제 효과’ 기대하는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일 2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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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이동에도 버스 타고 ‘짠물 소비’
사회 경직 탓에 해외 관광객 유치도 위축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음력 설) 연휴가 다음 주 시작된다. 중국인들은 공식적으로 10일부터 17일까지 쉰다. 연휴 앞뒤로 휴가를 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체감 연휴’ 기간은 더 길다.

중국 당국은 매년 춘제 전 15일, 춘제 이후 25일을 합해 총 40일간을 ‘춘윈(春運)’이라는 특별운송기간으로 정해 관리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구 대이동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에는 춘윈 기간 동안 88억4700만 명이 이동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90억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은 올해 춘제 연휴에 소비 활성화 불씨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춘제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지난해 춘제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고 맞은 첫 번째여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을 방문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있는 등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춘윈 때 이동 인구는 2019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최근 중국 경제는 심각한 소비 위축으로 고민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기업들은 초저가 할인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가 ‘10위안(약 1800원) 버거’를 내놓을 정도다. 원치 않는 할인 경쟁에 내몰린 기업들은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다시 고용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렇잖아도 높은 청년실업률로 고민 중인 중국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중국이 장기 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의 늪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소비가 살아나야 경제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춘제 때 역대 최대 규모인 90억 명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 당국에 ‘춘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춘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우선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90억 명 가운데 상당수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저렴한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고속철도나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으면서 비용을 아끼겠다는 생각이다. 이동비용을 아끼는 사람들이 다른 소비를 늘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 때문에 과거 춘제 때마다 통 크게 돈을 쓰던 중국인들의 모습은 줄어들고 최대한 비용을 아끼는 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춘제 효과’와 더불어 중국은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게 하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말레이시아 등 6개 나라와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태국도 추가됐다. 이 같은 정책들이 효과를 내 무비자 관광객들이 대폭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하지만 국가 안보나 대만 문제와 관련된 경색된 태도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달 24일 중국에 입국한 한국인 정모 씨(72)는 자신의 다이어리에 부착된 세계지도에 대만이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돼 있다는 이유로 억류되기도 했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당장 중국 여행을 포기하려는 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춘제가 지나더라도 중국 경제의 봄은 요원해 보인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경제의 봄#춘제 효과#짠물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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