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주새 운임 4배 뛴 홍해發 물류대란… 끝나지 않는 물가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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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발(發) 물류대란 위기가 세밑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반군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바닷길이 막힌 탓이다. 당장 국제 해상운임이 치솟고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가뜩이나 중동·유럽에서 벌어진 두 개의 전쟁으로 경제 전망이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 홍해발 위기로 글로벌 공급망 및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들이 지나는 길목이다. 전 세계 상품 무역량의 12%,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담당한다. 중동에서 유럽·북미로 수출되는 석유와 천연가스 대부분도 이곳을 거친다. 그런데 예멘 반군의 무차별 선박 공격으로 우리 국적 선사 HMM을 비롯해 세계 10대 해운사 중 9곳이 홍해 항로 이용을 중단했다. 대부분의 선박이 홍해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지나 수천 km를 우회하는 실정이다.

이 여파로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해상운임은 일주일 새 3∼4배 폭등했다. 중국에서 영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운송비는 4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이케아 등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물류 차질로 인한 배송 지연을 예고했다. 해상운임 급등 여파로 항공·육상운임도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다. 홍해 위기가 길어질수록 물류비 급등이 전반적인 제품 가격 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다시 심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의 경우 운송 지연으로 당장 국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을 덮친 강추위와 폭설로 농산물 가격까지 급등하는 추세다. 신선식품 물가가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인 데 이어 한파에 따른 농산물 공급 차질까지 겹쳐 장바구니 물가가 요동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농산물·석유류를 뺀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 밑으로 떨어졌지만 물가 관리에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된 가운데 중동 전쟁의 불똥이 홍해 물류위기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최악의 물가 컨틴전시 플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글로벌 물류 요충지들의 안보위기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선제 대응책을 가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운임#4배#물류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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