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美반도체법 대응, 기업부담 덜어줄 정부-국회 과제 제시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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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배상 정치적 해석보다 국제법적 원칙 설명이 우선
상대 비방하는 정치인 발언, 따옴표로 인용한 제목 자제를
챗GPT는 신기술의 출현, 우려보다 활용법 모색이 중요
학폭 사적 복수 드라마 호평, 범법행위 옹호로 흘러선 안돼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0일 한일 정상회담, 미국 반도체과학법, 학교폭력 논란 등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성태윤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이준웅 이승헌 위원.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0일 한일 정상회담, 미국 반도체과학법, 학교폭력 논란 등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성태윤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이준웅 이승헌 위원.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방안을 내놓고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반도체 산업 등에서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공세에 따른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20일 최근 현안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김종빈 위원장=먼저 일제 강제동원 배상과 한일 정상회담 보도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이준웅 위원=팩트 중심으로 어떤 노력이 전개되고 있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충실하게 보도한 건 좋았지만 무엇이 문제이길래 일본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엔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말하는 국제법적 원칙이라는 게 무엇인지, 그것과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충돌한다는 건지, 이번 배상안 이전에 시도한 모든 노력을 왜 일본 정부는 철저하게 부정했는지 등에 대한 답답함이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이 아닌 국제법적 원칙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최은봉 위원=3월 16일 자 A6면 〈포스코, 징용재단 40억 첫 출연 다른 15곳은 고심〉 기사에서는 포스코의 전체 출연액 100억 원을 기준으로 다른 15개 기업의 출연 비율을 책정해 출연액을 예상했는데, 데이터의 근거가 다소 불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위원장=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효력이 어떤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협정이 국가 간의 조약에 준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고 기업에 또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나라 대법원은 국가 간의 배상권은 소멸됐지만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양국 최고 법원의 결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판결을 따르는 법적인 해결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양측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런 점을 토대로 동아일보는 회담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지만 미래를 위해 잘한 결단’이라는 논조가 많았습니다. 바람직한 보도라고 생각합니다. 3월 2일 자 A6면 〈尹,‘日 제국주의’→‘군국주의’로 기념사 고쳐… “日 국민 인권도 훼손”〉 기사는 상당히 의미 있는 고급 기사였습니다. 군국주의는 자국민까지 압제하는 체제로 제국주의보다 나쁩니다. 즉, 일본이 매우 나쁜 나라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자유를 공유할 수 있는 나라가 됐기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정치 철학의 의미를 잘 설명했습니다.

이은경 위원=2월 4일 자 5면 〈안철수 “윤핵관 지휘자는 장제원” vs 김기현 “安, 분란 일으켜”〉 와 2월 17일 자 A5면 〈김기현 “安, 민주당 DNA 여전” 안철수 “金, 호남출마 용기 있나”〉 기사는 두 사람의 말을 따옴표로 인용해 제목을 썼습니다. 이 기사들뿐만 아니라 정치권 기사들을 보면 정치인의 말을 직접 인용해 상대 비방에 초점을 맞춘 제목이 많았는데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감정이 들어간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당 대표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에 대한 기사는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성태윤 위원=미국의 반도체 관련법 기사들을 보면 우리 대응이 미흡했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생긴 일을 모두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고 지적할 수는 없습니다.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비판하는 게 맞지만 실제로 정부가 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만큼 그런 부분을 분리해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등 대안을 제시해 주는 기사도 필요합니다.

류재천 위원=3월 2일 자 A3면 〈美, ‘영업기밀’ 반도체 시설 공개까지 요구… 국내 업계 “득보다 실”〉 기사에 실린 ‘미국 반도체과학법 보조금 지급 주요 조건과 논란’ 표는 사안을 잘 정리해 줬습니다. 3월 9일 자 A3면 〈韓美, 나토식 核협의체 추진… ‘美반도체법 안전장치’ 논의〉 기사에 실린 ‘한미 정상회담 예상 의제별 핵심 쟁점’ 표도 사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은경 위원=반도체 관련 기사의 경우 인용된 취재원 대다수가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였습니다. 기업의 고민을 익명으로 전하기보다는 실명으로 당당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전문가 의견도 더 인용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준웅 위원=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사퇴는 아들의 학교폭력 자체보다 학교에서 내린 처분에 불복해서 소송을 하는 과정에 아버지가 깊이 관여했다는 점이 쟁점으로 보이는데, 그런 측면에 초점을 맞춰 비판하는 기사가 더 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2월 28일 자 A12면 〈“일단 시간 끌어야” 법정 다툼으로 가는 학폭…2차 피해 우려도〉 기사는 문제점을 잘 짚었지만 되레 변호사 선임 등 ‘학폭의 사법화’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도 들었습니다.

김 위원장=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에 대해 2차 피해 우려가 있다고 기사에서 부정적으로 묘사했는데, 죄를 범한 사람도 법률적 구조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이므로 무조건 비난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가해자를 공직 임용에서 제한하는 등의 별도 조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은경 위원=학폭 관련해 3월 13일 자 A20면에는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2’에 대한 기사가 실렸는데, 복수극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등 찬사 위주였습니다. 하지만 법치국가에서 사적 복수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징벌은 국가기관이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비판적 시각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성 위원=챗GPT 관련해 뭔가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변화인 만큼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 것인가, 활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보도의 중심이 옮겨 갔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했을 때 그것에 적응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도하면 좋겠습니다.

최 위원=2월 15일 자 A1, 2면에 게재한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인터뷰 기사는 아시아 언론으로 첫 대면 인터뷰였기 때문에 값진 기사였습니다. 2월 13일 자 A4, 5면에 걸친 그래픽도 지도, 일지, 통계 등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잘 보여줬습니다.

성 위원=우크라이나 전쟁 1년 시리즈는 좋은 기획이었지만 전쟁이 1년이 지나면 대개 어떻게 되는지, 휴전 전망은 어떤지 등의 보도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 등은 앞으로의 전망과 분석이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이준웅 위원=
‘이공계 블랙홀 된 의대’ 시리즈 기사는 주변에서 듣던 얘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줬습니다. 보건복지부 차관과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상반된 의견을 맞붙이니까 사안이 뭔지 파악하기 좋았습니다.

류 위원=2월 16일 자 A3면 〈나로호 박사 9600만 원 vs 개원의 3억…연봉 격차로 우수학생 쏠림〉 기사에 나온 연봉 비교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나로호 박사는 몇 년 차가 돼야 9600만 원을 받는지 기사에 없었습니다. 또 연봉 외에 직업의 안정성도 중요한데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
미국 은행 파산 관련 기사들을 좀 더 쉽게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례로 3월 15일 자 A3면 〈美 중소은행들 주가 반토막…코스피, 올해 최대폭 2.56% 급락〉 기사에서 은행 폐쇄 원인으로 ‘팬데믹 기간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급증하는 예금을 관리할 만한 경영진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는데 저금리에 예금이 왜 증가했는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저금리로 스타트업 자산이 늘었고 이 자산을 많이 예금했다는 식으로 독자가 알기 쉽게 설명했으면 기사가 훨씬 생명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류 위원=2월 21일 자 A1면 〈타워크레인 노조 ‘그들만의 리그’〉 기사는 전 노조원을 포함한 현장 인력들의 증언이 일반인이 잘 몰랐던 부분들을 알려줘 좋았습니다. 2월 22일 자 A1면 〈“노조원 8명 월례비 10억 지급 중단 통보하자 태업”〉 기사도 내용이 충격적이었는데 10억 원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해서도 추적 보도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정리=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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