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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아이들의 다툼, 어떻게 대처할까[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2-04-20 03:00업데이트 2022-04-2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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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아이가 때렸거나 맞았을 때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를 키우다 보면 친구에게 맞고 오는 경우도 있고 때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 두 경우 모두 무척 속상하다. 같이 잘 놀다가 실수로 다치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아이가 맞거나 다쳐서 집에 왔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사에게 이 상황에 대해 묻는 것이다. 교사가 잘 알고 있고 두 아이를 불러 적절한 대처를 했다면 그래도 괜찮다. 적절한 대처란 피해자 아이를 위로해 주고 가해자 아이에게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잘 가르친 것을 말한다.

사실 학교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때리거나 맞거나 다치는 일이 생기면 교사는 부모가 묻기 전에 꼭 먼저 알려주어야 한다.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그렇다. 아이들끼리 잘 정리가 되었다고 해도 알리지 않으면 당한 아이의 부모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감정이 상하면 일을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아이는 굉장히 아팠다고 하는데, 교사는 일절 말이 없으면 부모는 교사에게 불신이 생기기도 한다.

교사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두 아이의 이야기를 모두 충분히 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캐물으면서 취조하듯이 하면 사실이 왜곡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상황이 충분히 파악되면 부모들에게 알린다. 이때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명히 구분 짓고,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상황이 여차여차했는데, 분명히 A가 B를 때린 것이 맞습니다. A를 불러다가 제가 잘 가르쳤고, A의 부모에게도 얘기를 했습니다.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A 부모도 잘 지도하겠다고 했습니다. B에게는 네가 잘못한 것은 없다고 하면서 잘 보듬어 줬는데, 어머님께서 더 위로해 주세요. 많이 다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잘 지켜보세요. 혹시 상황이 제가 파악한 것과 다르면, 꼭 알려 주세요”라고 하면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주 엄청난 사고가 아니면, 속은 상하지만 이해한다. 주의할 점은 피해자 부모를 진정시킨다고 피해자 아이도 사실 문제가 많았다, 가해자 아이도 사실은 착한 아이다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쪽한테는 저쪽을, 저쪽한테는 이쪽을 편들어 이야기하게 되면 피해자 부모는 더 화가 난다. 아주 객관적으로 “이런 상황이 있었고, 이렇게 처리했습니다”라고만 말하는 것이 좋다.

때린 아이 부모는 맞은 아이 부모에게 “죄송합니다. 아이를 잘 가르치겠습니다”라고만 했으면 한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내 아이도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때리는 방법으로 해결한 것을 부모가 권장할 수는 없다. 교사에게 상황을 들었는데, 어쨌든 내 아이가 때린 것이 맞다면 무조건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한다. “우리 애도 상처 있거든요”식으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가 많이 안 다쳤는지 모르겠네요. 앞으로 아이를 잘 지도하겠습니다. 혹시 아이가 어디 아파하면 병원에 다녀오셔서 말씀해 주세요”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상대가 점잖게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좀 참았으면 한다. 참으면 조금 더 좋게 해결된다. 그럴 때 “당신 애는 가만히 있었는 줄 알아? 우리 애도 다쳤어! 사과했으면 됐지. 뭘 더 어쩌라는 거야?”식으로 대거리를 하면 상대편에서는 사과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아서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아이가 너무 안쓰럽고 너무 가슴이 아픈 것, 진심으로 이해한다. 어떻게 해도 마음이 풀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은 그냥 내용으로 받았으면 한다. 표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를 해야만 사과는 아니다. 미안하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으면 그것대로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부모라고 내 자식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자꾸 따지면 그 부모도 속수무책이다.

“사과만 하면 다냐?”라는 말도 많이들 한다. 분쟁이 생겼을 때 상대가 내 마음을 다 풀어주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기준이 ‘내 마음이 많이 상했으니, 충분히 만족스럽게 해줘’이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사회적인 보편성, 일반성에 기준하여 사과를 한 것이면, 속상함이 남아도 좀 받아들여주었으면 한다. 마음에 완벽하게 들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선이면 그랬으면 한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나에게 남는 불편함은 내가 감당해야 하는, 내가 풀어야 하는 내 몫이다.

아이에게 상처가 남았고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마음이 더 아플 것이다. 하지만 정말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문제는 매듭지어져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나도 살 수 있다. 계속 이 일에만 매달려 있으면 다른 생활을 시작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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