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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박제균 칼럼]尹, 검찰인사 말고 ‘통치인사’를 하라

입력 2022-04-18 03:00업데이트 2022-04-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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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강행, 인간에 대한 회의감
의회 권력 취해 정상 사고 벗어나
組閣 인선, 文 연상케 하는 패착
대통령 인사, 기업·조직과 달라야
박제균 논설주간
‘뭘 상상해도 그 이상.’ 문재인 정권 5년간 이 말을 되뇌고 살았지만, 수명이 한 달도 안 남은 터에 이런 일까지 벌일 줄은 몰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밀어붙이기. 12일 기어이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면서 느낀 건 정치적 호불호가 아니었다. 인간에 대한 회의(懷疑)였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즉 수치를 모르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한 사람도 아니고 172석이나 되는 거대정당이 한국 의회사에 수치로 남을 만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의식해 취임 전에 법을 공포하겠다는, 낯 뜨거운 말도 당당하게 한다. 다시 인간에 대한 비애를 느낀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 보호를 위해서? 172명의 의원들이 모두 떠나는 대통령과 패배한 대선후보에 그만큼 충성심이 강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 의석 과반을 훌쩍 넘는 거대 당이 제대로 된 토론도, 표결도 없이 만장일치로 위헌 소지까지 있는 막장 법안을 채택한다는 건 이들이 권력에 취해 있다는 거다. 권력에 취해 정상 사고의 틀을 벗어난 것이다.

취한 권력은 남용된다. 민주당은 이미 선거법 일방 처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5·18역사왜곡처벌법과 대북전단금지법의 입법 등에서 의회 권력을 남용한 바 있다. 한 번 선을 넘으면 두 번, 세 번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누구도, 심지어 대선 패배도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이 당의 시스템이다. 이제 구심점마저 없으니, 어디로 폭주할지 모른다.

이런 폭주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오히려 기회다. 그런데 윤 당선인도 바로 다음 날, 호기(好機)를 차버렸다. 13일 2차 조각(組閣) 발표 직후 한 모임에 나갔다. 대선 전에는 ‘이재명이 되면 나라가 큰일 난다. 그래도 윤석열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던 모임이다. 그랬던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번 조각에 우려를 표시했다.

대통령의 인사는 일반 기업이나 조직의 인사와는 달라야 한다. 일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조직의 장(長)은 얼마든지 능력 있고, 가까운 사람을 데려다 써도 된다. 대체로 우수한 엘리트의 집단인 검찰에선 능력 위주 인사가 답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의 인사는 정(政)·관(官)·재(財)계를 비롯한 한국 사회 전반, 무엇보다 국민에 던지는 메시지다. 능력 있다고, 가깝다고 함부로 썼다간 뒤탈이 나기 십상이다.

단적으로 최측근인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 후보에 지명한 건 패착이다. 대통령직인수위 보도자료는 한 후보 지명 이유에 대해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 사회적 강자를 상대로 한 부정부패 범죄 수사에서 역대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발군의 성과를 거두었고, 진영을 가리지 않는 ‘권력 비리 수사의 상징’이 되었다”고 했다. 다른 후보자들과 비교해도 극찬이다. 검찰 수사를 잘 아는 윤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문구로 볼 수밖에 없다.

과연 그런가. 한 후보자의 수사는 목적 달성을 위해 거칠게 밀어붙인다는 논란도 적지 않았다. ‘역대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발군의 성과’라는 대목에 그래도 절제하며 칼을 쓰려 했던 선배 검사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다. ‘발군의 성과’의 이면에 인권 침해라는 그늘이 드리운 건 아닌가. 더구나 검수완박으로 폭주하던 민주당에는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준 인사다.

또 이번에 기용된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 19명 가운데 박진 외교부, 권영세 통일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한동훈 법무부 등 5명의 장관 후보가 서울법대 출신이다. 아무리 ‘능력 위주’라도 특정 학과 출신이 4분의 1을 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40년 지기’라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는 어떤가. 한마디로 창피한 인사다.

많은 국민은 내 편이라면 능력이나 도덕성, 언론의 비판 따위엔 신경 안 쓰고 중용한 문재인식 인사에 질릴 대로 질렸다. 그런 사람들에게 윤석열의 인사도 별반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실망감을 준 게 이번 조각의 가장 큰 잘못이다. 하루라도 빨리 잘못된 인사, 무엇보다 정호영 후보부터 철회하라. 그래서 새 대통령은 전임과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한국 사회에 발신해야 한다. 그것이 평생을 검찰에 몸담아 통치자로선 다소 결격임을 알면서도 밀어준 국민에 대한 예의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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