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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송평인 칼럼]퍼펙트 스톰이 다가오는데 큰일 났다

입력 2022-04-06 03:00업데이트 2022-04-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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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이어 인플레 오는데 정곡 못 찌르는 尹의 결정들
문재인 정권이 만든 엉망진창… 제대로 수선할 수 있을까
송평인 논설위원
“큰일 났다. 봄이 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얼마 전 국민통합위 첫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위원 중 한 명이 “큰일 났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니 윤 당선인이 “‘큰일 났다. 봄이 왔다’는 말이 있다. ‘큰일 났다. 겨울이 왔다’보다는 느낌이 있지 않나. 그렇게 큰일이 났다는 말로 이해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변양균 씨가 기획예산처 장관일 때 작품 2점을 신정아 씨로부터 구입한 사실도 수사했는데 그중 한 작품이 사진작가 황규태의 ‘큰일 났다. 봄이 왔다’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 사진이다. 강현국 시인의 시 ‘후렴’에도 같은 표현이 있다. 윤 당선인이 어느 쪽을 떠올렸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현실은 ‘큰일 났다. 겨울이 왔다’ 정도가 아니라 ‘큰일 났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다가오고 있다’여서 ‘봄이 왔다’는 말은 분투를 당부하는 것으로 새겨듣더라도 화자의 현실감 떨어지는 상황 인식으로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집값이 배나 오르면서 전세 사는 이들은 벼락거지가 됐다. 전세금마저 41% 넘게 올라 전셋집을 더 좁은 곳으로 옮기고 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있는 전세금마저 까먹게 생겼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 예전엔 2인 가족 1주일 치 먹을거리를 15만 원에 샀으나 지금은 20만 원에서 25만 원까지 든다. 코로나가 지나갈 조짐을 보이자 인플레이션이 몰려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전세금같이 현금밖에 없는 사람에게는 대재앙이다.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데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얼마 전 문 대통령을 위한 별도의 퇴임식 운운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퇴임 행사는 새 대통령의 취임식에 부부가 함께 참석한 뒤 식이 끝나면 새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것으로 간소하게 해왔다. 암군(暗君)에게는 그것도 과분하다.

윤 당선인은 쉰 살에 늦장가를 갈 때 수중에 달랑 2000만 원 있었다고 한다. 주택청약통장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결혼하자마자 강남에 아파트가 생긴 사람이다.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입고 싶은 것 못 입으면서 적금 붓고 집 살 날만을 기다려온 이들의 좌절을 알 턱이 없다. 그러니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자신이 무엇 때문에 당선됐는지도 잊어버리고 집값 잡을 주도면밀한 구상보다 집 가진 사람들의 보유세 걱정을 먼저 하면서 다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상정되는 왕이 아니다. 대통령의 득표율은 대부분 50% 안팎이다. 국민 절반은 새 대통령의 취임을 환영하겠지만 나머지 절반은 그렇지 않다. 별도의 퇴임식은 가당치도 않은 얘기이고 취임식도 가능한 한 간소하게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에 7만 명을 초청해놓고 싸이를 불러 공연을 시켰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장사익 등이 불려왔다. 지금은 BTS가 최고이니까 어떻게든 BTS를 부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인수위 측이 얼마 전 BTS 기획사를 찾았다는 뉴스를 흘려들을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의도치 않게 취임식을 간소하게 했다. 당선 직후 바로 취임했기 때문에 성대한 취임식을 준비할 시간도 없었지만 전직 대통령이 탄핵으로 감옥에 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취임식으로선 그게 보기 좋았다. 말이 좋아서 취임식을 계기로 각계각층 각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축하 잔치를 벌인다고 하지만 전두환 시절 국풍(國風)의 아류 같은 행사로는 국민통합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없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의 세입자일 뿐인데 집주인 행세하며 살 곳을 제멋대로 결정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은 공원을 찾는 한가한 시민과의 만남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만나야 한다. 그래서 소통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씨는 사고를 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창의적인 사람도 아니어서 수선(修繕)의 시기에 적합한지 의문이다.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국정 운영으로는 퍼펙트 스톰을 헤쳐 나가는 건 고사하고 문 정권이 문을 연, ‘가진 자는 더 가질 것이고 가지지 못한 자는 있는 것마저도 빼앗기는’ 극한 양극화를 고착시킬 뿐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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