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이상 고용예산 21년새 100배로
중장년 지원은 노인의 2.2% 불과
퇴직 1년내 취업 못하면 소득 급감
“직업훈련-일자리 매칭 등 지원 시급”
지난해 말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2026년 노인 일자리 사업 안내 팸플릿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유통회사를 다니던 장석훈 씨(56)는 지난해 말 퇴직한 뒤 두 달 넘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지역 고용센터를 찾으면 이전 회사보다 급여가 한참 낮거나 이른바 3D 업종을 소개하기 일쑤다. 장 씨는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며 “청년이나 노인 일자리는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신경을 쓰는데 정년 직전인 50대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소외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954만 명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가 시작됐지만 정부가 정년 전 재취업 지원에 쓰는 예산은 노인 일자리 예산의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 1년 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소득이 3분의 1 토막 나는데도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대상의 재취업·전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2차 베이비부머들의 노후 소득을 강화하고 한국 경제 전반의 노동 생산성을 높이려면 조기 퇴직자들의 일자리 복귀를 돕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장년 재취업 예산, 노인 일자리 예산의 2%
한국고용정보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40, 50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정년 전 재취업을 지원하는 정부 예산은 543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비 2조4000억 원이 편성된 노인 일자리 예산의 2.2%에 그치는 수준이다. 정년 전 재취업 예산은 지난해도 433억 원 규모로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노인 일자리 예산은 2005년 272억 원에서 2020년 1조2015억 원으로 처음 1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2조4000억 원까지 늘었다. 21년 동안 100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지방비를 포함하면 올해 예산은 5조 원에 달한다. 정부가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 빈곤 등에 대응하기 위해 용돈벌이 수준의 일자리를 대거 늘린 탓으로 풀이된다. 노인 일자리 대부분은 공공시설 봉사, 취약계층 지원 등 공익 활동형으로 월평균 29만 원을 받고 1년 미만 근무하는 질 낮은 일자리에 그친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고용 정책이 청년과 노인에 집중돼 있고 중장년층의 이직과 재취업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장년층이 빨리 재취업할수록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 손해가 적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용정보원이 중장년층의 재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퇴직 후 1년 이내에 재취업한 사람은 월평균 급여가 425만 원이었다. 하지만 1년 넘게 실직했다가 재취업하면 급여는 144만 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5∼64세가 가장 오래 일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나이는 평균 49.3세다. 63∼65세에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4∼16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1969년생부터는 65세가 돼야 국민연금을 받는다. 조기에 퇴직한 중장년층의 소득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재취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2차 베이비붐 세대 재취업 지원 시급”
경제 성장이 본격화된 시기에 성장한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도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은 이들의 은퇴가 2024∼2034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0.38%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고 추산하면서도, 제도적·법적으로 이들의 재취업을 지원하면 성장률 하락 폭을 0.14%포인트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성장률 충격을 줄이고 일자리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사실상 현금성 복지에 가까운 노인 일자리 예산 비중을 줄이고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돕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은정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단순 노인 일자리 사업은 단시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정규 노동시장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어렵다”며 “조기 퇴직자들이 괜찮은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재취업 지원 중심의 고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금 수령까지 소득 공백을 막고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계속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정년 전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재취업, 직업 훈련, 일자리 매칭 등의 고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독일 등 주요국은 중장년층의 퇴직 후 업종 전환 등에 대해 오래전부터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며 “한국도 은퇴를 앞둔 2차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직업 개발과 재취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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