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키우며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어요”[양종구의 100세 건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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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동 회장이 경북 군위문화체육센터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한 그는 아내를 불의의 사고로 잃은 뒤 그 슬픔을 잊기 위해 근육운동에 집중해 국내 마스터스 최강자로 거듭났다. 군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신일동 회장이 경북 군위문화체육센터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한 그는 아내를 불의의 사고로 잃은 뒤 그 슬픔을 잊기 위해 근육운동에 집중해 국내 마스터스 최강자로 거듭났다. 군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낸 아내의 빈자리를 지키기 위해 보디빌딩에 집중해 대한민국 마스터스 최고가 됐다. 18일 열린 2021 미스터&미즈코리아 마스터스 남자 60세 이상부에서 정상에 오른 신일동 경북 군위군보디빌딩협회 회장(61)은 근육을 키우며 아내 잃은 슬픔을 극복했다.

“20대 중반에 고향을 떠나 대구와 경북 칠곡 등에서 생활했다. 결혼한 뒤 30대 중반에 고향 경북 군위로 돌아와 정착했다. 2009년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아내를 잃은 것이다. 처음엔 술로 달랬지만 사춘기 아이들을 보면서 정신을 차렸다.”

평소 다양한 운동을 좋아했던 신 회장은 20대 후반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만들어 보디빌딩 대회에도 출전했었다. 하지만 객지를 떠돌면서는 사는 데 바빠 체계적이기보다는 건강 유지 정도로만 운동했다. 아내를 보낸 뒤엔 웨이트트레이닝을 운동이라기보다는 몸을 학대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가학적으로 운동해야 그나마 잊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방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1남 2녀 아이들을 위해 아빠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운동을 체계적으로 다시 시작했다. 2012년 군위군보디빌딩협회 회장을 맡았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트레이너들에게 대회 출전 경험을 주려고 하는데 협회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해서 만들었다. 보디빌딩 관계자들이 당시 운동을 열심히 했던 내게 회장직을 제안해 하게 됐다”고 했다. 선수들 뒷바라지하면서 대회에 따라다니다 보니 젊었을 때 대회에 출전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 대회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2013년 6월 미스터&미즈코리아 경북선발대회에 출전해 중년부에서 3위를 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운동에 집중한 뒤 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과거 아픔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하루 2, 3시간씩 훈련했다. 큰 대회는 아직 엄두를 못 내 각종 생활체육 보디빌딩 대회 60세 이하부에 출전했다. 꾸준히 성적을 냈다. 2015, 2016년 준우승만 4번을 했다. 2017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 전국 생활체육보디빌딩대회 60세 이하부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한 달 뒤 대한체육회장배 전국 생활체육보디빌딩대회 60세 이하부에서도 우승했다.

“대회에 출전하니 아이들이 좋아했다. 큰딸과 막내딸은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프로탄’(피부색을 바꿔주는 물질)을 발라주며 응원했다. 경북 지역에서는 나보다 우리 딸들이 더 유명할 정도였다. 그러니 나도 덩달아 즐거웠다. 각종 대회 우승으로 아빠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해부터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국내 메이저 대회인 YMCA와 미스터코리아 대회에서 우승하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임했다. 하루 2회로 나눠 5, 6시간씩 훈련했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졌지만 훈련을 멈추진 않았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군위문화체육센터가 코로나19 정부 지침에 따라 몇 개월씩 문을 닫았지만 대구와 칠곡 등 문을 연 헬스클럽을 찾아다니며 ‘원정 훈련’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2020년 미스터&미즈코리아 마스터스 남자 60세 이상부에서 3위를 했고, 한 달 뒤 열린 YMCA 대회에선 정상에 올랐다. 올 12월 5일 열린 YMCA 대회에서 60세 이상부 2연패를 달성했고 미스터&미즈코리아에서 대회 첫 정상에 오른 것이다.

“뿌듯했다. 이달 12일 결혼한 큰딸이 너무 좋아했다. 메이저 두 대회에 참가하느라 17kg이나 뺀 몰골로 혼주석에 앉아 미안했는데…. 엄마를 일찍 보내면서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은 성적을 낼 땐 성취감도 느낀다. 그런 나를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한다.”

신 회장은 또 다른 목표도 세웠다. 내년 10월 국내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 보디빌딩&보디피트니스 대회 마스터스 부문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신 회장에게 이제 보디빌딩은 삶의 유일한 낙이자 희망이다. 그는 “아이들도 건강하게 보디빌딩에 집중하고 있는 아빠를 응원하며 걱정을 덜고 있다. 죽을 때까지 운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라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근육#마스터스#운동#보디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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