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OTT 공룡들, 한국시장서 격돌… “K드라마로 승부” 제작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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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시장 지각변동 예고
12일 상륙하는 디즈니플러스
국내시장 수성 나선 넷플릭스
설땅 잃어가는 토종 OTT

디즈니플러스 ‘그리드’
디즈니플러스 ‘그리드’
손효주 문화부 기자
손효주 문화부 기자
《국내 콘텐츠 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넷플릭스가 장악한 국내 시장에 4일 애플TV플러스에 이어 12일 디즈니플러스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글로벌 공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의 전면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콘텐츠 백화점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콘텐츠 업계 전반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는 화려함, 방대함으로 요약된다. ‘겨울왕국’ 등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물론 ‘토이스토리’로 대표되는 픽사 애니메이션,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어벤져스’ 등 마블 시리즈, 루커스필름의 ‘스타워즈’ 시리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콘텐츠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 기존 콘텐츠만으로도 충성도 높은 마블 등 디즈니 계열 국내 팬덤은 열광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여기에 더해 2019년 11월 북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공개한 ‘완다비전’ ‘로키’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한국에서 대거 쏟아낸다. 특히 완다비전은 서비스 개시일인 12일에 9개 에피소드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기존 서비스 국가에서 순차 공개한 작품들을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일시에 퍼붓는 방식으로 구독자를 쓸어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북미에서 디즈니플러스 서비스 시작 하루 만에 1000만 명 유입에 성공한 ‘오픈 이벤트 신화’를 한국에서 재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기 잡아라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연착륙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넷플릭스만큼의 입지를 얼마나 빨리 다지느냐다. 이를 위해 디즈니플러스 역시 넷플릭스처럼 현지화 전략, 즉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 점유율 약 40%로 1위 자리를 지키는 비결 중 하나는 한국 감독 및 제작사와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히트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올해 3분기에만 전 세계 구독자 438만 명을 늘렸다.

‘K콘텐츠’ 파워를 제대로 체감한 넷플릭스는 흥행성이 입증된 한국 유명 제작진과 손잡는 전략을 펴고 있다. 영화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19일 공개)은 메가히트 후보로 꼽힌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다모’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군도’를 만든 윤종빈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수리남’까지, 차기 라인업은 호화롭다.

애플TV플러스 ‘닥터 브레인’
애플TV플러스 ‘닥터 브레인’
디즈니플러스도 만만치 않다. 아이돌 스타 강다니엘이 주연인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비롯해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가 집필한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그리드’ 등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걸그룹 ‘블랙핑크’의 데뷔 5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핑크: 더 무비’로 기존 팬덤 흡수도 노린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OTT는 오징어게임처럼 화제성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구독자를 유인한 뒤 나머지 콘텐츠를 대거 노출시켜 가두는 ‘록인(lock-in)’ 전략을 쓴다”며 “디즈니플러스는 기존의 방대한 콘텐츠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적절히 혼용할 예정인 만큼 유인과 록인이 단기간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양강 구도 될 듯”

넷플릭스 ‘지옥’
넷플릭스 ‘지옥’
전문가들은 글로벌 OTT의 국내 격돌은 이들 중 하나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일정 규모로 공유하는 형태로 결론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애플TV플러스는 애플 기기가 아니면 시청이 쉽지 않은 만큼 시장 확장성에 한계가 있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양강 구도가 예상된다.

한국인 상당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학습한 만큼 넷플릭스에서 아예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강대강 대결’ 구도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디즈니플러스에 중복 가입하는 방식으로 소강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TV플러스는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닥터 브레인’을 공개했고, 윤여정 이민호 등 한국 배우가 대거 출연해 재일교포의 삶을 그린 ‘파친코’도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콘텐츠 총량이 적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제작자-감독은 환호, 토종 OTT는 비상

글로벌 OTT의 상륙에 국내 콘텐츠 업계는 희비가 엇갈린다. 감독 및 제작자는 환영하는 반면 유통사는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OTT와 드라마를 제작 중인 제작사 대표 A 씨는 “토종 OTT도 글로벌 OTT와 마찬가지로 흥행 수익을 배분하지 않고 저작권도 OTT에 귀속하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같은 조건이라면 세계적인 히트를 칠 가능성이 있고 향후 몸값도 더 높일 수 있는 글로벌 OTT와 손잡지 누가 토종 OTT와 손잡겠느냐”고 했다.

글로벌 OTT로 인해 한국이 콘텐츠 제작의 하청기지가 된다는 우려에 대해선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티빙과 웨이브 출범을 주도했던 김종원 작가는 저서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에 이렇게 썼다. “과거 하청기지라는 의미는 브랜드가 없는 생산 활동을 뜻했다. 내가 만들었지만 나를 내세울 수 없는 환경을 말한다. 그러나 콘텐츠는 다르다. 한국이라는 공간, 제작사, 배우, 원천 스토리들이 총체적으로 이미지를 구성한다. (중략) 이런 스토리를 보유한 한국의 문화적 위상도 높아진다.”


국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코드커팅’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OTT 성장세가 가속화된 2019년 2190만 가구가 케이블TV 서비스를 해지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추고 국내에 상륙한 글로벌 OTT는 토종 OTT는 물론 유료방송 시장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토종 OTT들이 인수합병으로 ‘토종 슈퍼 OTT’를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발목을 잡는다. 한국 OTT포럼 회장을 지낸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토종 OTT 사업자들이 공동투자조합을 만들어 오징어게임 같은 대작을 함께 만든 다음 토종 OTT에서만 방영하는 식으로 콘텐츠 질을 높인 후 세계로 나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ott#한국시장#드라마#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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