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1-11-06 03:00수정 2021-1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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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에서 최대 분쟁거리 중 하나가 휴대전화 사용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는 2016년부터 관련 진정이 약 45건 접수됐는데 ‘전면 금지는 인권 침해’라는 것이 일관된 판단이다. 최근엔 대구 A고교에 대해 비슷한 결정이 나왔다.

▷A고 교칙에 따르면 학교에선 휴대전화 전원을 꺼놔야 한다.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사용하다 들키면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고 벌점을 먹는다. 세 번 걸리면 5일간 아침 청소를 해야 한다. 학교 측은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조치로 헌법에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관련 교칙이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라고 권고했다.

▷교내 휴대전화 규제 완화에 힘을 실어준 건 진보 교육감들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2018년 교내 휴대전화 자유화를 주장하며 교육부에 관련 규정 개정을 제안했다. 초중등 교사들 97%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생활지도 체계가 붕괴된다”며 반대했지만(한국교총 설문조사), 교육부는 2020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학교규칙에 담을 수 있는 내용 중 ‘두발 복장 등 용모’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을 삭제했다. 시도교육청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면 학교 차원에서 시행령에 근거도 없는 규제 교칙을 만들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해외에선 10대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기 저널’ 최신호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보급된 후 37개국 중 36개국에서 외로움을 호소하는 15세 학생이 50∼100% 늘었다. 특히 여학생들이 정신건강에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영국에선 휴대전화 사용이 학생들의 정서와 학업 성적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모든 학교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2018년 15세 이하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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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0%가 넘는다. 코로나19로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10대 청소년 중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35.8%로 전년보다 5.6%포인트 증가했다. 서구 전문가들은 학교에서만큼은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소셜미디어는 가급적 늦은 나이에 시작하도록 지도하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자녀의 아이폰 사용을, 페이스북 임원들은 자녀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스마트폰의 폐해에 관한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는 만큼 10대의 건강한 기기 사용을 돕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교육감#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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