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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조은아 기자의 금퇴공부]연봉이 ‘정점’일 때 DC형으로 갈아타자

입력 2021-11-01 03:00업데이트 2021-11-0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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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나오면 퇴직금 얼마나 받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너무 적어서 놀랐네….”

얼마 전 대학 후배가 10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떠나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바쁘게 사느라 무심했는데 그제서야 궁금해졌다. 퇴직할 때 받는 돈은 얼마일까. 노후자금은 걱정이 없을 만큼 모아둘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미치자 ‘확정급여(DB)형’인 퇴직연금을 ‘확정기여(DC)형’으로 갈아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내 손으로 직접 굴려 수익을 늘리고 싶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이 1∼2%대인 점도 이런 결심을 굳혔다. 하지만 주변 전문가들이 말렸다. DC형으로 전환하려면 DB형 퇴직금을 먼저 정산 받아야 하는데 많이 정산 받으려면 ‘연봉이 정점일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직장인들이 바쁜 일상 때문에 묻어두기 쉬운 퇴직연금도 이렇게 적극 움직이고 굴려야 할 때다. 발 빠른 사람들은 퇴직연금을 DC형으로 돌려 주식처럼 굴린다.

○ DB형 비중은 줄고 DC·IRP형은 늘어


퇴직연금 제도란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직장에 1년 이상 다니면 퇴직할 때 받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연금 형태로는 만 55세가 되어야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유형은 회사가 알아서 운용해주는 DB형, 가입자가 스스로 운용하는 DC형, 이직하거나 퇴직할 때 퇴직급여를 한꺼번에 넣어 관리할 수 있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있다.

DB형은 퇴직할 때 근무기간, 평균임금 등에 따라 정해진 만큼 받게 된다. 회사가 운용 손실이든 성과든 다 가져간다. 가입자로선 회사가 알아서 해주니 편리하고 안정적이지만 대체적으로 수익률이 낮다. 회사가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DC형은 가입자 스스로 운용한다. 재원은 회사가 매달 계좌에 넣어준다. 가입자가 운용 성과와 손실을 모두 책임지니 안정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노련한 가입자라면 DB형보단 적극 운용할 수 있어 ‘퇴직금 재테크’ 기회가 된다.

IRP의 차별점은 회사에 다니는 근로자가 아니어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나 공무원, 군인, 교직원 등이 활용할 수 있다. 수수료는 가입자가 부담해야 한다. 운용사에 따라서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곳도 있으니 따져보고 가입하는 게 좋겠다.

○ 임금피크제 직전엔 꼭 갈아타야


최근 들어 DB형에서 DC형으로 움직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DC형 수익률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연 수익률이 DB형은 1.91%였지만 DC형은 3.47%였다. DC형 수익률이 DB형의 1.8배 수준이다. 개인형 IRP 수익률도 3.84%였다. 이에 DB형이나 DC형을 가입해 있다가 추가로 IRP에 가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DB형 가입자들은 ‘DC형으로 언제 움직이느냐’가 고민이다. 보통 연 급여가 정점이 된 직후에 옮기는 게 좋다. 퇴직급여는 ‘퇴직일 이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평균임금이 높아야 퇴직급여도 많이 받게 된다. 퇴직급여를 많이 DC형에 넣어 굴려야 수익도 높아질 수 있다. 명절같이 상여금이 나오는 시기도 따져봐야 한다. 상여금이 나와 임금이 높아진 뒤에 퇴직금을 정산받아야 퇴직금이 높아진다.

얼마 전에 50대 후반에 이른 선배들과의 모임에서 ‘DC형으로의 전환’이 화제였다.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DC형으로 갈아타기를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였다. 임금피크제 시행 직전에 왜 움직여야 하는 걸까.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되면 정년을 보장받거나 고용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조금씩 깎는 제도다. 시행 시점이 지나면 산정 기준 임금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쪼그라든 액수를 기준으로 퇴직금이 산정되니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다만 회사에 따라 임금피크제가 도입돼도 퇴직급여액을 줄이지 않게 설계하는 곳도 있으니 확인해 봐야 한다.

○ 국민연금과 TDF는 ‘투자 과외교사’


DC형에 가입할 때는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게 돼 있다. 정기예금, 펀드 등 상품별로 투자할 비율을 지정하는 것이다. DB형에 익숙해 있던 가입자들이 직접 퇴직연금을 굴리려면 머리가 복잡해질 수 있다.

이럴 땐 분산투자가 왕도다. 퇴직연금은 안정성이 중요한 노후자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분산하는 전략을 짤 것인가. 안정성과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완벽히 잡는 배분 방법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황금 비율’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투자비율’을 찾으려면 치열하게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쉽고 안전한 방법은 ‘잘하는 사람 따라 하기’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국민 노후자금을 어찌 굴렸는지 살펴보자.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의 노후를 손에 쥐고 있으니 기를 쓰고 안정성과 수익성을 잡으려 노력할 것이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정부의 운용평가도 받고 있으니 비교적 검증된 길이지 않을까. 올 8월 말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9.65%였다. 금융상품 가운데는 국내채권(37%), 해외주식(28%), 국내주식(19%) 중심으로 운용했다. 물론 우리가 기금운용본부의 전문가들은 아니니 좀 더 보수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겠다.

자산운용사들의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제시하는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도 분산투자 과외교사가 되어 준다. TDF란 투자자가 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안전자산 비중을 전문가가 조절해 운용하는 펀드. 글라이드패스는 투자자가 정한 은퇴 시점에 은퇴자금을 마련하도록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운용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DC형으로 퇴직연금을 주식처럼 탄력적으로 굴릴 수도 있다. 회사가 매달 계좌에 넣어주는 재원을 관성적으로 기존 운용 지시대로 넣지 않고 잠시 현금성 자산에 모아두다가 적절한 시점에 펀드 등에 넣는 것이다. 퇴직연금은 묻어두는 게 아니라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 유튜브에서 ‘금퇴IF’ 4화 ‘퇴직연금을 가장 잘 굴리기 위한 방법’을 참고하세요.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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