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칼럼]“화천대유 못 해서 아빠가 미안해”

박제균 논설주간 입력 2021-10-04 03:00수정 2021-10-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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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배 수익 비밀의 열쇠는 공권력
이재명 ‘남 탓’… 법·정치 책임 言明해야
‘잘난 분’들 그 아들딸 아수라 복마전
결혼·집 포기, 구직 전쟁 나선 청년들… 자격지심에 움츠러든 부모들 탄식
검찰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2021.9.29/뉴스1 © News1
“당신은 뭐 했어?”

참으로 민망하게도 ‘화천대유 게이트’에 1000배 이상 대박을 친 기자들이 등장하자 적잖은 친구와 지인들이 이렇게 농(弄)을 건다. “그러게…” 맞장구를 치면서도 그런 기자로 살지는 않았다고 자위(自慰)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헛헛한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로또 벼락을 맞은 것도, 신기술 벤처로 잭팟을 터뜨린 것도 아닌데 1000배, 아니 배당수익에 분양수익을 합치면 2000배가량을 벌어들인 희대의 사건. 지금이 무슨 개발연대도 아니고 그런 수익률이 가능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그 가공할 수익률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의외로 간단하다. 공권력이다.

국민들에게 난데없이 주역의 괘까지 알려준 화천대유(火天大有)-천화동인(天火同人)이 벌인 사업이 소위 시행. 이 사업의 3박자가 ①토지 매입 ②인허가 ③분양이다. 이 3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면 시행업자는 큰돈을 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①의 과정이 길어져서 매입가가 오르거나 행여 ‘알박기’ 하는 사람들이라도 나오면 낭패다. ②에서도 공무원들이 절차를 내세워 ‘미뤄 조지기’라도 하면 사업기간이 길어져 비용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① ②를 겨우 마쳐도 ③이 안 되면 사업은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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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행업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대장동 개발사업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시장으로 있던 성남시의 공권력이 개입해 ① ②의 리스크를 모두 없애줬다. 토지는 수용(收用)하면 되니까 땅주인들과 줄다리기를 벌일 필요도 없고, 이 시장의 역점 사업이니 인허가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③도 대장동이 그 좋다는 판교 바로 남쪽이어서 아파트 이름이 ‘판교∼’로 시작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민간 시행사업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면 이 경우는 리스크를 이재명의 성남시가 없애줬다. 결국 ‘하이 리턴’만 남게 된 것. 그렇다고 1000배 이상의 기상천외한 수익을 얻는 건 불가능하다. 공영개발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지분 7%에 불과한 화천대유-천화동인에 배당수익을 몰아주고 별도의 분양수익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한 ‘설계’가 신의 한 수였다.

이 지사는 당초 ‘설계는 내가 한 것’이라고 했다가 대장동 의혹으로 코너에 몰리자 지난 주말 ‘마귀와의 거래’라는 극단적 비유까지 들었다. 아무리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해도 관(官)과 합작하는 민간업자 혹은 민간업자의 돈을 마귀로 비유한 건 지나치다. 말꼬리를 잡고 싶지는 않지만, ‘마귀’라는 섬뜩한 용어까지 들먹인 것이 집권당 유력 대선후보의 격(格)에 맞는지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이 지사는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였다. 진상이야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겠지만, 그에 따라 합당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언명(言明)하는 것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의 언어여야 하지 않을까.

가정해 본다. 만약 대장동 사업이 화천대유-천화동인에 수천 배가 아닌 수십 배 정도의 이익만 안겨줬어도 이 사달이 났을까. 수천 배의 돈 잔치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시기와 질투 등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뒤엉키면서 추악한 얼굴을 드러내게 돼 있다. 그 흥청망청 돈 잔치에 대법관과 검사장, 특검과 국회의원, 기자와 업자, 피고와 변호인, 아들과 딸들까지 엮여 아수라의 복마전(伏魔殿)을 펼친 것이다. 한마디로 나라가 창피하다.

말로는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권 들어 유독 국민을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 취급하며 필부필부(匹夫匹婦)와 그 자식들의 박탈감에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 빈발하더니, 정권이 끝날 무렵엔 이 정권을 잇겠다는 유력 대선후보가 자랑하던 사업에 소위 잘난 분들과 그 자식들까지 빨대를 꽂아 꿀을 빤 사실이 드러나 상처에 굵은 소금을 뿌린다.

오늘도 억 소리 나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결혼도 포기한 채 눈이 빠지게 구직 사이트를 들여다보며 공연히 부모 눈치를 보는 이 땅의 젊은이들. 되레 그런 자식들의 눈치를 살피며 안쓰러움과 함께 괜한 자격지심에 움츠러드는 이 나라의 부모들…. 하여, 절로 이런 탄식이 나오는 것이다. “화천대유 못 해서 아빠가 미안해.”
박제균 논설주간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화천대유 게이트#공권력#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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