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연욱]착한 김경수 vs 나쁜 드루킹

정연욱 논설위원 입력 2021-07-24 03:00수정 2021-07-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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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 선고에 與 ‘착한 김경수’ 맞불
팩트 외면 말고 반성과 대국민 사과 해야
정연욱 논설위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대법원에서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더불어민주당은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속내는 불편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당 대선주자들은 “선한 미소로 돌아오라”(이재명), “김 지사의 진정을 믿는다”(이낙연), “김경수는 원래 선하고 사람 잘 믿는다”(추미애)는 찬사를 쏟아냈다. ‘착한 김경수’가 ‘나쁜 드루킹’의 덫에 걸려 억울하게 당했다는 식이다.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김경수가 누구인가. 공인된 친문 적자 아닌가.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친문 표심이 다급한 대선주자들에게 ‘착한 김경수’ 코스프레는 절실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긴 명백한 증거로 대법관 전원이 유죄를 선고한 한명숙 판결도 뒤집어 보려 한 친문 진영인데 이 정도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김경수는 법정에서 “드루킹이 일방적으로 접근해 나를 이용했을 뿐 밀접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 제출된 2000여 쪽 분량의 증거기록은 정반대였다. 김경수는 2016년 11월부터 1년여 동안 32차례나 전화나 메시지 등으로 드루킹에게 먼저 연락해 기사 링크를 보냈으며, 드루킹은 그 지시를 철저하게 실행했다. 포렌식에 의한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했다.

다급해지자 친문 핵심 의원이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17%포인트라는 압도적 차이로 승리했는데 그럴 일(댓글조작)을 할 이유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선거 결과만 놓고 끼워 맞춘 추론에 가깝다. 당시 대선 판세가 요동칠 때마다 드루킹 일당은 댓글 공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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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의 전초전은 반기문 대 문재인이었다. 당시 반기문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2017년 1월 12일 반기문의 입국 시 공항철도 티켓 논란과 ‘턱받이’ ‘퇴주잔’ 논란 관련 기사를 겨냥한 악의적인 댓글 공격에 드루킹 일당이 투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결국 반기문은 지지율이 급락하자 2주 만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2차 표적은 안철수였다. 2017년 4월 2주(11∼1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안철수 지지율(37%)은 문재인 지지율(40%)을 바짝 추격했다. 이 무렵 드루킹 일당은 안철수를 겨냥해 ‘MB(이명박) 아바타’ 등 조롱 섞인 댓글로 난타했고, 안철수는 본선에서 3등으로 추락했다. 문재인의 득표율은 41.08%였지만 범보수 성향의 ‘홍준표+안철수’ 득표율은 45.44%로 4.36%포인트 높았다.

물론 2012년 대선 당시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댓글 사건과 드루킹 댓글조작은 성격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공론의 장을 왜곡한 여론조작이라는 본질이 바뀔 수 없다. 법원이 김경수와 드루킹이 공모해 포털 기사에 달린 68만여 댓글을 대상으로 조작을 인정한 클릭 수만 해도 4133만여 개였다. 이 수치는 국정원 사건 당시 트위터를 통해 대선에 개입한 댓글 활동 건수의 100배쯤 된다. 규모만 보면 프로와 아마추어 차이다. 더구나 친문 적자인 김경수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으니 드루킹 개인의 단순 일탈로 치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때 “조직적 대선 개입이 확인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던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작정 ‘착한 김경수’라고 말할 수 없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위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 없이 뒤늦게 김경수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김경수#드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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